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연합해 만든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1위 ‘웨이브’는 지난해 5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2301억원으로 전년보다 27.7%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3배 넘게 늘어났다. 토종 OTT 2위 ‘티빙’은 지난해 매출이 1315억원, 영업손실은 762억원이었다. 티빙은 CJ ENM의 미디어 부문이었으나, 커지는 OTT 시장 대응을 위해 2020년 10월 독립 회사로 출범했다.

OTT 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170억원,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는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국내 OTT 업체는 수백억원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제작 콘텐츠 확보 경쟁이 불붙으며 투자 비용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넷플릭스를 따라가려면 한동안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적자 못 벗어나는 토종 OTT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3월 현재 국내 출시 OTT 가운데 월 실제 사용자(안드로이드 기준)가 가장 많은 곳은 넷플릭스(839만)다. 다음으로 웨이브(341만)와 티빙(264만), 쿠팡플레이(240만), 디즈니플러스(115만), 시즌(109만), 왓챠(78만) 순이다. 이들 중 넷플릭스를 제외한 토종 OTT 업체들은 대부분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매출이 708억원으로 전년보다 86% 정도 늘어났지만 영업손실도 248억원으로 60%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OTT의 경쟁력은 차별화한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올해에만 전 세계에서 약 20조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비용만 약 9000억원에 이른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첫해였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콘텐츠에 약 1조32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대규모 콘텐츠 투자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전년보다 18.8% 증가한 36조원, 영업이익은 35.1% 증가한 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토종 OTT “지금은 멈출 수 없다”

국내 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콘텐츠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를 중단할 경우 넷플릭스와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고 디즈니플러스에 애플TV플러스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자칫 국내 시장을 외국사에 완전히 넘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디어 시장 전체에서 OTT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2025년 국내 OTT 시장 규모를 약 2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자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에 1조원을,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은 더 많은 콘텐츠를 얻기 위해 경쟁 기업인 KT의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티빙과 시즌(KT)의 OTT 통합설까지 나온다.

토종 OTT들은 해외 진출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웨이브는 동남아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진출을, 티빙은 올해 일본·대만을 시작으로 미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왓챠는 이미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내년에 미국과 유럽 진출을 노린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영화나 웹툰 같은 한국 콘텐츠를 해외에서 수출하는 것과 OTT 플랫폼을 수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라며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