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그룹과 덴마크 레고의 모기업 커크비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협업 강화를 위해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스에 총 20억달러(약 2조4530억원)를 투자한다고 11일(현지 시각) 밝혔다. 소니가 이번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투자한 금액은 약 1조 8000억원으로, 이로써 에픽게임스 지분 4.9%를 보유하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메타버스 시장이 주목받는 가운데 게임, 음악, 영화 등을 융합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12일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서 이용자가 제작한 아이템을 판매하는 기능을 테스트한다고 밝혔다. 거래 수수료를 바탕으로 페이스북 이후의 새 먹거리 발굴을 본격화한 것이다.

전 세계 빅테크들의 메타버스 사업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VR(가상현실)·클라우드·전용칩 등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가 작년 957억달러(약 110조 원)에서 2030년엔 1조5429억달러(약 1770조원)이 돼 10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빅테크 메타버스 투자 가속화

호라이즌 월드는 소셜미디어 기업이었던 메타(옛 페이스북)의 ‘새 먹거리’다. 메타가 작년 말 출시한 호라이즌 월드는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한 채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게임을 하는 가상 공간이다. 299달러(약 36만원)의 기기 구매가 필수 조건인데도 최근 사용자가 30만명을 돌파했다. 메타는 여기서 NFT(대체불가능토큰) 형태의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최대 47.5%의 수수료를 받는 수익 모델을 도입했다.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에서 사용될 가상화폐 출시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업용 메타버스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기업이 협력할 수 있고, 물리적 세상과 디지털 세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기업이 메타버스를 통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도록 만들고 이 과정에서 수익을 얻겠다는 복안이다. MS는 2차원, 3차원 아바타를 활용해 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메시 포 팀스(Mesh for Teams)’ 제품을 올 상반기에 내놓는다.

인텔은 메타버스를 위한 고성능 칩 시장을 노린다. 3D 이미지·그래픽 기반 중심으로 구축된 메타버스 플랫폼이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많고, 변수도 다양해서다. 인텔은 작년 말 “메타버스 시대는 현재보다 1000배 향상된 컴퓨팅 성능이 필요할 것”이라며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아키텍처(설계)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서 MS와 공동으로 ‘AR 전용 칩’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자사의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으로 구동하는 메타버스 제작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운영하고 있다.

◇메타버스 인수합병전도 활발

세계 각국에서 메타버스 투자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퀄컴은 1억달러 규모, 영국 하이로 캐피털은 3억유로 규모의 메타버스 펀드를 각각 시작했다. 증강현실(AR) 기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를 개발한 미국 나이언틱도 메타버스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텐센트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2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 중국판 독점권을 확보했고, 최근 3D 소셜게임 어바킨라이프·VR게임 개발사 베니멀스· AR디바이스 전문 제조기업 엔리얼·가상 공연 서비스 기업 웨이브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텐센트그룹의 부사장이었던 야오싱은 지난해 퇴사하고 ‘위안샹웨이스’라는 메타버스 기업을 설립했는데 초기 자본 4000만달러를 전부 텐센트로부터 조달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9월부터 비공개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 프로젝트 ‘Z 플랜’도 가동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올해에만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 8개 이상의 관련 업체에 투자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 업체와 뭉쳐 메타 등 빅테크 중심의 메타버스 생태계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선보인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는 현재 가입자 460만을 넘겼으며, 연내 세계 80여 국에 진출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