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이 입주하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식이 이르면 5월 열린다. 2019년 2월 정부와 합동으로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지만, 각종 규제와 토지 보상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다 3년 3개월여 만에 마침내 첫 삽을 뜨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용인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반도체 장기(長期)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소재 장비 협력사들과 상생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를 경제 활성화와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보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5월 10일)한 이후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경제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3개월여 만에 첫 삽

그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한국 반도체 규제’의 상징이었다. SK하이닉스와 협력사 등이 총 120조원을 투자해 415만㎡(약 126만평) 부지에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짓겠다는 ‘장밋빛 계획’을 밝혔지만, 번번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착공이 다섯 차례나 연기됐다. 이를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예외 사례로 인정하는 정부 심의에만 2년이 걸렸다. 인근 지자체에서 환경 영향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고, 원주민 반발에 토지 보상 절차도 더뎠다. 반도체 업계에선 “해외는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고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한국에 투자하면 오히려 손해인 난감한 상황”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재 용인 클러스터는 작년 11월부터 토지보상이 꾸준히 이뤄지면서, 전체 면적의 70% 토지를 확보한 상태다. 사업시행자인 용인일반산업단지㈜ 측은 “나머지 토지는 수용 재결(국가 명령을 통한 강제 징수)을 통해 수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조만간 문화재 시굴(試掘) 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6월 이전에는 차질 없이 착공식을 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여러 변수를 놓고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번 착공식은 본격적인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뜨는 것으로, 반도체 공장 착공은 2024년쯤 이뤄질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경제 이벤트 될 듯

윤석열 차기 정부는 ‘반도체 초강대국 육성’을 모토로 삼고 연일 반도체 분야에 힘을 싣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지난 12일 각종 규제 해소와 함께 반도체 공장 설립 인허가도 지자체 대신 중앙정부에서 신속 처리하고, 반도체 인력 역시 대규모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달 초 헬기를 타고 평택 주한미군 기지로 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데 이어 최근엔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로 반도체 석학인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공대 교수)을 내정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차기 정부가 각종 인허가뿐 아니라,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인력 문제도 시급히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기대감이 매우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르면 5월 중 열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식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상징적인 첫 경제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과 별개로 충북 청주에도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미 수차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신규 부지가 이미 확보된 이천, 청주에서 신규 팹(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을 본사와 연구개발(R&D)·D램 생산기지, 청주는 낸드플래시 생산기지, 용인은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및 반도체 상생 생태계 거점으로 삼는 ‘삼각축 전략’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