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가 혼자 일자리를 찾을 때보다 AI를 통하면 합격률이 4배 이상 높고, 구직 기간은 90일에서 30일로 줄어듭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만난 원티드랩 이복기(44) 대표는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고 수시 채용이 보편화하면서 불특정 다수에 광고하는 것보다 매칭 방식이 주류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티드랩은 AI(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이직·채용을 돕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AI 매칭 서비스인 ‘원티드’는 구직자가 이력서를 올리면 AI가 분석해 합격 확률이 높은 일자리를 추천해준다. 2015년 창업해 지난 7년간 1만2000여 기업, 300만명에게 일자리를 소개했다.

◇속도, 정확도, 저비용이 경쟁력

원티드 AI의 경쟁력은 속도, 정확도와 비용 절감이다. 보통 헤드헌터는 이직자 연봉의 15~20%가량을 수수료로 받지만, 원티드랩의 AI 매칭은 그 절반 이하인 연봉의 7%만 받으며 시장을 파고들었다. 소문을 타면서 창업 이후 매년 2배씩 성장했고, 지난해엔 상장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317억원, 영업이익은 61억원이다. 이 대표는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 중 75%가 원티드를 쓰고 있다”며 “투자받고 가장 먼저 하는 게 원티드에 구인 공고를 내는 거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최근 채용 트렌드에 대해 “작년까진 연봉 경쟁이 대세였지만 이젠 한물갔다”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실력대로 성과급을 나눠주는 곳, 젊은 나이에도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등 특별한 업무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에 대한 MZ세대의 선호도가 높더라”고 했다.

원티드랩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직 데이터를 보유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는 최근의 이직 열풍에 대해 “직장인들도 과거처럼 회사에 맹목적으로 충성하지 않고, 회사 역시 직원을 평생 책임지기보다는 ‘최고가 되어 떠나게 해주겠다’고 설득하는 상황”이라며 “개인의 성장을 얼마나 도울 수 있는지가 회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긱 이코노미, 클라우드로 사업 확장

원티드랩은 AI 채용 플랫폼 ‘원티드’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긱(Gig·임시직) 이코노미’와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회사를 다니면서 외주 프로젝트를 받아 ‘투잡’을 할 수 있는 계약 대행 서비스 ‘원티드 긱스’를 선보였다. 긱은 임시직 경제를 일컫는 말로, 한 직장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일을 단기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대리운전 기사나 음식 배달원이 대표적인 긱 근로자다.

이 같은 긱 이코노미가 IT 업계에도 보편화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이 대표는 “우리의 10~20년 뒤 미래라는 일본 구인 구직 시장을 보면 고령화가 빠른 데다, 유입 인구까지 적어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투잡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긱 이코노미가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1년 새 사업이 5배나 커졌을 만큼 성장세가 빠르다”고 했다.

클라우드를 통한 업무 방식이 보편화되는 추세에 맞춰, 출근·결재·일정관리 같은 인사 관리 기능을 담은 구독형 소프트웨어 ‘원티드 스페이스’도 지난해 출시했다. 현재 1200여 기업에서 1만3000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제는 내가 가진 업무 지식이 회사의 클라우드로 올라가 집단 지성으로 발휘되는 시대”라며 “앞으로 기업별 맞춤형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