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서울!”

국내 최대 규모 애플 매장인 ‘애플 명동’이 문을 연 9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한글 축하 인사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한국 중심부에 새 매장을 열었다”며 “한국 고객들을 더 많이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팀 쿡 CEO의 한국 언급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면서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CEO까지 나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애플 명동’이 정식 개장한 9일 오전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애플 스토어인 명동 애플은 ‘애플 가로수길’, ‘애플 여의도’에 이은 국내 세번째 매장이다. /뉴시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한국 시장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렸던 한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천하(점유율 72%)로, 다양한 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토로라는 10년 만에 한국 재진출

2012년 국내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했던 모토로라는 이르면 이달 말 10년 만에 한국에 귀환한다. 중국 레노버의 자회사로 편입된 모토로라는 LG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 헬로모바일과 손잡고 4월 말이나 5월 초 ‘모토로라 엣지20 퓨전’, ‘모토G50 5G’를 국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품은 북미, 유럽, 중국에서 먼저 선보였던 30만~50만원대 보급형이다. 모토로라는 최근 공식 한국어 홈페이지도 개설해 자사 스마트폰 홍보에 나섰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모토로라가 한국 시장 재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LG전자 철수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며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모토로라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에서 지난해 10%로 급등하며 애플·삼성의 뒤를 잇는 3위 업체가 됐다. 특히 중저가 시장을 집중 공략한 덕분에 400달러 이하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2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모토로라가 이 같은 중저가 전략을 한국에서 구사해 ‘포스트 LG전자’의 지위를 노릴 것이란 분석이다.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도 지난해 9월부터 한국 영업·사업 개발 담당 인력을 채용하며 한국 시장 재진출을 노리고 있다. 2012년 한국 사업을 철수한 HTC는 30만~40만원대 중저가 5G 스마트폰이 주력 상품이다.

글로벌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중국 샤오미는 지난해 말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첫 국내 매장을 열었다. ‘온라인 온리’ 전략을 구사해온 샤오미가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다. 오는 13일에는 39만원대 스마트폰인 레드미노트 11프로 5G를, 20일에는 29만원대인 레드미노트 11을 국내 출시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1일 출시한 59만원대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A53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티브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매니저는 5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처음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샤오미 스마트폰 광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샤오미의 국내 판매량은 2020년 대비 40% 증가했고, 국내 점유율은 1%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 개장한 한국 내 첫 공식 매장‘샤오미 라이트 스토어’. 샤오미가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은 2018년 국내 판매 개시 3년 만이다. /연합뉴스

◇외산폰, 한국 시장 판매망 부족 등 한계 많아

그러나 아이폰을 제외한 외산폰이 단시간에 국내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샤오미, 모토로라 등 외산 스마트폰은 아직까지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자급제폰으로 팔리거나 알뜰폰 판매망을 통해 유통되고 있어 판매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중국 스마트폰들은 성능은 뛰어나지만 국내 소비자의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과 보안 문제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중저가 보급형인 갤럭시 A시리즈를 출시하며 외산폰의 저가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산폰 선제 대응을 위해 향후 세계시장에 선보여 온 여러 모델을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