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가 지난 8일(현지시간) 43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의 합병 계약을 완료하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를 출범시켰다.

OTT 시장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작년 5월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나온 후 1년이 지나 합병이 완료된 것으로 워너미디어가 미 최대 통신회사 AT&T에서 분리돼 디스커버리에 합쳐진 형태다. WBD는 이번 합병으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부터 보도전문 채널 CNN, 드라마 ‘왕자의 게임’으로 유명한 HBO 채널 등을 거느리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할리우드에 새로운 거인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최근 대형 기업들이 합종연횡하며 미디어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타도 넷플릭스와 디즈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장악한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로운 판을 깔겠다는 것이다.

데이비스 재슬러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로이터 연합뉴스

◇치열한 OTT 시장 각축전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출범하면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장악한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이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HBO맥스’(워너브러더스의 OTT)와 ‘디스커버리플러스’(디스커버리의 OTT)를 합쳐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에 맞서는 새로운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을 내놓을 예정이다. HBO맥스의 전세계 가입자는 약 7000만명이고 디스커버리플러스의 전세계 가입자는 2000만명으로, 둘을 합치면 대략 1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게 된다.

새 합병 회사인 WBD의 데이비스 재슬러브 CEO는 “우리는 영화와 TV, 스트리밍에 걸쳐 가장 차별화되고 완벽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며 “가장 사랑받는 콘텐츠와 브랜드, 프랜차이즈를 한 데 모은 스토리텔링 회사”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인수한 MGM. /로이터 연합뉴스

미디어 시장 변화를 노리는 곳엔 아마존도 있다. 아마존은 지난달 할리우드 제작사인 MGM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가격은 85억달러(10조3000억원)다. 아마존이 MGM을 사들인 이유는 자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아마존프라임 비디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작년 말 기준 아마존프라임의 전세계 가입자는 1억7500만명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MGM 인수로 콘텐츠가 늘어나면 세계 1위 OTT 업체인 넷플릭스와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아마존은 MGM의 간판이던 007시리즈를 활용한 리얼리티쇼 ‘007 로드 투 어 밀리언’을 제작하기로 했다. 100만파운드 상금을 걸고 일반 참가자들이 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처럼 게임하며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프라임 비디오에서 방영된다.

미국의 종합 미디어사 바이아컴CBS도 올 2월 회사명을 ‘파라마운트 글로벌’로 변경하고 OTT 사업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파라마운트+라는 OTT를 운영 중이다. 밥 배키시 파라마운트 글로벌 CEO는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자체 콘텐츠와 스트리밍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애플 TV+에서 방영 중인 파친코. /뉴스1

◇애플까지 강화하는 OTT 시장

애플도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애플은 넷플릭스나 디즈니+와 수적인 콘텐츠 경쟁이 아닌, 질적 경쟁을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의 OTT 서비스인 애플TV+가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코다’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CNBC는 “애플TV+의 목표는 넷플릭스 수준의 구독자 확보가 아니다”라며 “애플의 관심사는 애플TV+가 아카데미상이나 에미상 후보작처럼 고전이 될 만한 우수작을 모아놓은 서비스가 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틈새 시장에서 강점을 발휘해 사용자들이 찾는 OTT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애플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시장 지키기에 안간힘을 쓴다. 현재 매분기 넷플릭스와 디즈니 OTT의 신규 가입자 수는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등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작년 4분기 기준 넷플릭스 가입자는 전 세계 2억2000만명, 디즈니는 1억9000만명(디즈니+, 훌루, ESPN 등 포함)이다. 두 업체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다른 OTT 서비스를 수적으로 압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정체하는 성장세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한 가구에 함께 살지 않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청 계정을 공유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새 요금제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