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스프링 헬스(Spring Health)’는 코로나 시대 정신 건강 헬스케어 분야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떠오른 기업이다.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이후 현재까지 3억달러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 9월 창업 5년 만에 유니콘이 됐다. 150여 글로벌 기업 직원 200만명이 이 회사의 맞춤형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를 이용한다.

스프링 헬스를 유니콘 반열에 올린 주역은 만 30세 한인 여성 CEO 에이프릴 고(April Koh·한국명 고연진)다. 1991년 한국생으로 네 살 때 미국에 온 이민 1.5세인 그는 2016년 회사를 창업, 미 경제 매체 포브스 선정 ‘30대 이하 청년 사업가 30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흥미로운 사업가 100인’에 잇따라 뽑혔다. 29세였던 작년에는 ‘세계 최연소 여성 유니콘 기업 CEO’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일 그를 온라인 화상 통화로 인터뷰했다.

작년 만 29세로 '세계 최연소 여성 유니콘 CEO'라는 기록을 세웠던 에이프릴 고는 "많은 사람이 고품질 정신 건강 관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스프링헬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가 창업한 스프링헬스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정신 건강 치료법을 연결한다. /에이프릴 고

◇세계 최연소 여성 유니콘 CEO

고 대표는 예일대 재학 시절 룸메이트가 섭식장애로 고통받는 걸 보고 정신 건강 헬스케어 업체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기 위해 8가지 항우울제를 먹었고, 한번 진료를 받으려면 최대 3주를 기다려야 했다. 사회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한 에이프릴 고는 한 논문에서 창업의 실마리를 찾았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통해 환자의 상태와 요구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적시에 연결하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예일대 의대 박사과정 애덤 채크라우드가 쓴 논문이었다. 고 대표는 “무작정 그를 찾아간 끝에 함께 창업했다”고 말했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재탄생의 기쁨을 주겠다는 뜻에서 사명을 스프링(봄)으로 지었다.

스프링 헬스는 설문과 상담을 통해 확보한 사용자의 정신 건강 상태를 AI로 분석해 명상, 온라인 인지행동 치료, 오프라인 상담과 코칭, 운동 요법 같은 체계적인 치료법을 적시에 제공한다. 고 대표는 “현재의 정신 건강 치료가 목적지로 가는 기존 루트만 안내하는 종이 지도라면 스프링 헬스는 실시간 교통 상황을 종합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 정신 건강 치료법으론 20주가 걸리는 회복 기간을 스프링 헬스는 5주로 줄였다”며 “멘털 헬스케어계의 구글맵이나 카카오네비 같은 업체가 되겠다”고 했다.

스프링 헬스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려는 기업 수요에 집중했다. 제약사 화이자, 미국 1위 트럭 운송 업체 JB헌트, 미국의 수퍼마켓 체인 홀푸드, 식품업체 제너럴 밀스 등 150여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들 기업 직원 200만명이 스프링 헬스를 이용한다. 그는 “작년 한 해 매출과 이용자가 1년 전보다 6배 성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 개인의 정신 건강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 꺼내기 수월해지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은 것이다.

◇AI로 시행착오 줄인 정신 건강 치료 개발

고 대표는 최연소 여성 유니콘 CEO가 된 비결로 “많은 훈련과 회복력”을 꼽았다. 그는 “젊은 여성 창업자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런 한계가 나를 더욱 열심히 일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스마트하고, 열정적이고, 미션을 완수하는 데 헌신적인 한국인의 특성이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고 대표는 “많은 한국 젊은 여성들도 창업에 나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 창업하는 것이 결혼이나 출산, 육아의 부담이 없어 더욱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정신 건강 시장은 2020년 687억9000만달러(82조1700억원) 수준에서 2028년 994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프링 헬스는 가족 단위 건강 관리 프로그램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가입자 규모를 작년의 2배로 키울 계획이다. 수년 내 기업공개(IPO)도 목표로 한다. 고 대표는 “수백만명의 삶을 바꾸고 구하는 100년 기업을 꿈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