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에서 바라 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장과 봅슬레이 경기장. 인공 눈이 쌓인 흰색 슬로프가 어두운 색채의 산지와 대조를 이룬다. /미 항공우주국(NASA) 지구관측소

‘100% 인공 눈’으로 치러지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경기장 모습이 미 항공우주국(NASA)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인공 눈이 쌓인 흰색 슬로프는 어두운 색채의 주변 산지와 대조를 이룬다. NASA 지구관측소는 지구관측위성 랜드샛 8호가 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베이징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90㎞ 떨어진 옌칭 북서부 샤오 하이퉈 산악 지대가 담겼다. 이 곳은 스켈레톤, 루지 등 슬라이딩 스포츠와 알파인 스키의 경기장이 있지만, 2월 평균 강설량은 330mm에 불과하다. 경기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와 중국 당국은 인공 눈을 만들어 부족한 눈을 채워넣었다. 그 결과 올림픽 사상 최초로 100% 인공 눈이 쓰인다.

조직위는 막대한 양의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인공 눈 제조기’ 300여대를 곳곳에 설치해 만들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기간 인공 눈을 만드는 데에 쓰이는 물의 양은 200만㎥다. 이는 1억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인공 눈의 수명을 최대화하기 위해 첨가한 화학물질과 제조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에 중국 정부는 스키장 등 이번 동계 올림픽에 사용되는 전력을 풍력 발전, 태양 전지판 등에서 얻어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스키장 설립된 곳 자체가 1985년 지정된 쑹산 자연보호구역의 핵심지역을 관통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CNN은 “해당 지역은 희귀 야생생물이 사는 곳으로 중국 정부는 이전까지 승인 받은 연구자만 접근할 수 있게 했다”며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유치를 위해 2015년 자연보호구역을 다시 설정해, 스키장 건설 지역만 보호 구역에서 제외했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경기가 열리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경기장에 지난달 31일 인공 눈이 뿌려져 있는 모습. 이번 대회 경기장의 눈은 100% 인공 눈이다. 장자커우가 눈이 잘 오지 않는 기후이기 때문이다. 모든 눈이 인공 눈인 올림픽은 이번이 역대 처음이다. /김지호 기자

◆ ‘100% 인공 눈’에 선수 부상 속출

이번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100% 인공 눈에서 진행하는 경기의 결과가 자연 눈과는 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연 눈은 공기가 90% 이상 차지하지만, 인공 눈은 공기의 비율이 7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인공 눈은 자연 눈보다 입자 크기 작고, 더 단단하게 뭉친다. 인공 눈 슬로프에서 펼치는 경기가 속도가 더 붙고 부상 위험이 더 큰 것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영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로라 도날드슨은 현지 매체에 “인공 눈으로만 만들어진 경기장은 자연 눈과 달리 너무 단단하다”며 “선수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7일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에서는 부상자가 여럿 나오는 등 선수들이 완주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레이스에 참여한 80명의 선수 중 49명만 완주했다. 이 중에는 이번 대회 유력 금메달리스트로 꼽힌 미국의 미케일라 시프린도 있다. 그는 경기 도중 1차 시기에서 넘어져 실격됐다.

7일 중국 베이징 북부 옌칭 국립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알파인 여자 대회전 1차 시기에서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대회전에서 우승한 그는 종목 2연패를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