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탐침형 온도계가 식재료의 온도를 측정해 전기레인지 본체의 화력을 조절하는 쿠쿠전자의 ‘셰프스틱 인덕션’. 사물인터넷(IoT)과 무선 인터넷 기술인 블루투스가 적용됐다. /쿠쿠전자

중견 가전업체 쿠쿠전자는 최근 ‘셰프스틱 인덕션’이란 신제품을 내놨다. 인덕션(전기레인지)에 올린 냄비에 젓가락 같은 무선 온도계를 꽂아두면, 내부 온도를 측정해 음식물이 끓어 넘치지 않도록 화력을 자동 제어하는 제품이다. 스테이크에 이 온도계를 찔러 넣으면 1도 단위의 세세한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여기엔 사물인터넷(IoT), 근거리 무선 통신인 블루투스 기술이 적용됐다. 쿠쿠전자는 “누구나 쉽게 완벽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전기레인지에 혁신 기술을 접목했다”고 밝혔다.

◇주방 대표 가전 가스레인지, 전기로 ‘세대교체’

‘코로나 집콕’ 시대에 대표 주방 가전인 가스레인지가 전기레인지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집집마다 도시가스나 LPG(액화석유가스)통을 연결해 불을 켜고 요리를 했던 가스레인지의 전성 시대가 건강, 안전, 친환경 등의 이유로 저물고 있는 것이다. 대신 코드 하나 꽂으면 전기로 열을 내는 전기레인지가 첨단 IT(정보 기술) 기능과 결합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전기레인지 시장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선 올해 시장 규모를 120만대 이상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2018년 80만대에서 매년 10만대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가스레인지 판매 대수와 비슷한 수준까지 왔고, 곧 주도권이 전기레인지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특히 SK매직 같은 중견 업체가 선점했던 시장에 삼성전자·LG전자가 뛰어들면서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밥솥·선풍기 등으로 유명했던 쿠쿠전자·쿠첸·신일전자 등도 종합 가전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격대가 10만원대인 가스레인지와 달리, 수십만~100만원대 전기레인지들은 가격이 비싼 만큼 각종 첨단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업체들이 가장 공들이는 것은 ‘조리 속도’다. 불로 활활 냄비를 달구는 가스레인지보다 유리판 아래에서 전기로 달구는 전기레인지를 못 미덥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최근 신제품들은 최대 3400W(와트)의 고화력을 적용해 가스레인지 대비 2배 이상 조리 속도가 빠르다. 똑같이 라면 물을 올리면 인덕션이 2.5배 빨리 끓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최대 10분간 초고화력을 내는 ‘맥스 부스트’ 기능을 넣었고, LG전자는 열효율을 높이려 코일에 전류를 통과시키는 반도체를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렸다.

◇화력·안전·원격 조작 등 신기술 탑재

전기레인지에는 요리를 편하게 만드는 신기술도 여럿 접목됐다. 쿠첸 신제품 인덕션은 프라이팬 위치를 살짝 옮기기만 하면 온도가 자동 조절되는 ‘파워 무빙 컨트롤’이란 기술을 탑재했다. 기다란 화구 아래쪽에 있는 프라이팬을 위로 슬슬 옮길 때마다 화력이 약해진다. 쿠첸 관계자는 “재료 준비하고 볶고, 지지고 요리하느라 바쁠 때 불 조절할 필요 없이 프라이팬만 쓱 옮기면 된다”고 했다. 또 강·중·약 수준이었던 가스레인지와 달리 대부분의 인덕션 제품은 화력을 10단계 안팎으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골칫거리인 ‘가스 불 켜놓고 외출’하는 문제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원격으로 화력 조절, 전원 차단이 가능하다. 코웨이는 물이 끓어 넘치면 알아서 전원을 끄는 기능을 탑재했다. 최근 1인 가구가 늘면서 고양이들이 혼자 집에서 인덕션을 꾹꾹 발로 눌러 화재가 잇따르자, 안전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만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도 기본 탑재하는 추세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다 보니 보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전기레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높은 가격과 전용 용기를 써야 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인덕션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