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는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세나클소프트, 딥메트릭스와 슬립(수면)테크 기업 에이슬립에 투자했다. 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각각 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EMR), 머신러닝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기반 수면 데이터 분석에 강점이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지난해 실버케어 스타트업 한국시니어연구소와 원격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에 투자를 진행했다. 닥터나우와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소프트뱅크벤처스뿐만 아니라 다른 벤처캐피털에서도 투자를 받아 시리즈A라운드(첫 기관투자)에서 각각 110억원, 100억원을 유치했다.

20일 스타트업 지원 단체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성과를 분석한 결과, 헬스케어가 총 투자 건수 139건으로 최다 투자 유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2’에서도 국내 스타트업 중 헬스케어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올해는 헬스 분야에서 투자 성과를 내는 곳도 나오고, 더 특화된 영역을 다루는 스타트업으로도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투자 건수 1위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건수는 1186건으로 2020년의 774건에서 1.5배 증가했다. 헬스케어 다음으로는 콘텐츠·소셜 분야 투자가 116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메타버스의 부상,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경쟁 심화로 지적재산권(IP)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업계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벤처캐피털 티비티(TBT)의 임정욱 공동대표는 “지난해 한국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를 크게 늘렸다”면서 “문화 콘텐츠 번역 스타트업 보이스루, 영상편집 플랫폼 에딧메이트, 키즈 오디오 콘텐츠 스타트업 코코지, 비대면 교육 솔루션 라이브클래스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과 비대면 소비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커머스·물류(3위)는 지난해 100건의 투자 유치를 기록했다. 26년 차 벤처캐피털리스트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이커머스와 물류 회사에 집중하면서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을 제공하는 AI(인공지능) 풀필먼트 플랫폼 콜로세움코퍼레이션, 신선식품 플랫폼 정육각에 투자했다”며 “이커머스 업체들이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인프라를 담당하는 물류 스타트업의 몸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근거리 물류 정보기술(IT) 플랫폼 스타트업 바로고는 지난해 11번가와 CJ그룹을 비롯해 주요 벤처캐피털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받았고 IT 기반 종합 물류 브랜드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도 지난해 약 100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트업 M&A(인수합병)는 두배 넘게 늘어

지난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11조7287억원 규모로 전년(3조4520억원)보다 3.3배가 늘어났다. 분야별 투자 액수로 보면, 야놀자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대 투자를 유치해 레저와 여행 분야가 2조1527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보험 분야가 1조4914억원을 유치해 뒤를 이었다. 블록체인, NFT(대체불가토큰)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물류 분야는 1조4864억원을 투자받아 투자 건수 3위에 이어 투자 유치 금액으로도 3위를 기록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해 스타트업을 매각하는 인수합병(M&A)과 상장이 늘면서 투자금 회수도 활발했다”면서 “스타트업 투자 확대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스타트업의 M&A는 57건, 상장은 8건이었다. M&A의 경우 2020년(25건)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