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가 2019년 5월 출시 이후 계속해 온 ‘입점 업체 중개 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지난 3일 종료하고 요금 체계를 개편했다. 쿠팡은 지난달 말 무료 배송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 요금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적자 폭을 줄이려 구독료를 올리고 쿠팡이츠 프로모션을 끝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회사인 만큼 투자자의 수익성 제고 압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말까지 4조8000억원이었던 쿠팡의 누적 적자는 지난해 3분기 만에 1조원이 늘어나 5조원을 훌쩍 넘겼다.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뒤 수익을 내는 아마존식 전략을 구사하며 서비스와 물류망 확보에 돈을 쏟아부었다. 쿠팡이 단시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리자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커머스 시장 1~3위 업체인 네이버(18%), 신세계 계열의 쓱닷컴·이베이코리아(15%), 쿠팡(13%)이 출혈 경쟁을 하는데도 이들의 점유율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 2015년 미국 내 점유율 30%를 넘긴 이후 빠르게 수익을 냈고, 지금은 점유율이 47%까지 치솟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명만 살아남는 ‘오징어 게임’이 될 줄 알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게임 참가자들이 다 죽는 ‘치킨 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하려다 치킨 게임 될 판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아마존이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다자 구도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충성 고객이 적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인구 3억4000만명 중 아마존 유료 멤버십인 프라임 가입자는 1억명 이상으로 이들 중 93%가 매년 회원 갱신을 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마존이 한때 한국 시장 직접 진출을 타진하다가 한국 소비자들이 까다롭고, 체리피킹(고객이 한 회사의 상품 중 특정 상품만 고르는 현상)에 익숙하다는 결론을 내고 SK와의 제휴로 선회했다”면서 “특히 온라인 구매를 할 땐 오픈마켓, 공동 구매, 중고 거래처럼 여러 선택지를 놓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마존처럼 다양한 수익 모델을 실현한 업체가 없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아마존은 플랫폼 중개 수수료뿐만 아니라 입점한 판매자의 풀필먼트(fulfillment)를 대행하면서 양쪽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풀필먼트는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한 뒤 배송까지 해주는 물류 방식이다. 아마존이 풀필먼트에 투자할수록 판매자가 모여들고, 판매자가 많아지면 소비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한국은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풀필먼트 도입 역사가 짧아서 아직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장점유율 30% 달성이 전환점

유통업계는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270조원으로 커지는 2025년쯤 출혈 경쟁의 끝이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조상현 신한금융 수석연구원은 “시장점유율 30%에 이르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데 2025년쯤엔 20~25%의 점유율을 보이는 곳이 나와서 시장 장악력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풀필먼트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쿠팡이 우세하다고 보고 있지만 적자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네이버의 경우 국내 1위 검색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CJ대한통운에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물류를 해결하고 있어 자체 물류나 풀필먼트가 없다. 쓱닷컴·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의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오프라인 업체가 온라인 업체를 품은 모양새라서 온라인으로 체질 개선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