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호랑이해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테크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빅테크들의 주가는 치솟았고, 상당수 기업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미·중 테크 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스타트업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10억달러 이상 가치를 가진 유니콘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했다. 올해는 어떤 기술과 기업이 세상을 놀라게 할까.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테크 전망을 정리했다.

메타가 공개한 가상 세계 '호라이즌 월드'에서 아바타 모습을 한 이용자들이 서로 교류하는 모습. /메타

①두 개의 세상에 산다, 본격화하는 메타버스 열풍

올해 사람들은 두 개의 세상에서 살게 될 전망이다. 친구를 만나고, 일하고, 쇼핑하고, 공부하고, 게임도 하는 등 대부분의 일상이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에서 다방면으로 이뤄질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테크 트렌드 중 첫째로 ‘메타버스를 향한 빅테크들의 경쟁’을 꼽았다. 포브스도 ‘메타버스 진입’을 올해 주요 소비자 기술 트렌드로 정했다. 다만 그 가상 세계가 얼마나 내실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테크 전문 매체 테크리퍼블릭 등은 ‘2022년에 제대로 된 메타버스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VR 헤드셋을 쓰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②애플·메타 등 테크 기업들, 혼합현실 기기 연내 출시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은 메타버스에 최적화된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기반의 혼합현실 기기를 연내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혼합현실 기기는 무거운 무게, 장시간 착용 시 어지럼증 등 여러 문제로 시장 대중화에 실패했다. 새 기기의 사용성에 따라 메타버스 확장의 기폭제가 될 수도,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 신제품들에는 얼굴 표정이나 눈동자 움직임을 읽어내, 실제의 나와 가상 세계 아바타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일치시키는 기술이 속속 접목될 예정이다. 테크 전문매체 시넷은 “VR헤드셋에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낮다”고 했다.

③모두가 전기차를 탄다

미 CNBC는 올해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해 벽두인 3일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1회 충전에 100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공개하며 전기차 구매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행거리의 벽’을 깼다. 차량이 커다란 전자제품이 되면서 빅테크 기업의 진출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 빅테크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전기차는 기존의 최첨단에서 평범한 이슈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인들의 선택지에 전기차가 중요한 대안으로 고려될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화려하게 기업공개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차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리비안을 비롯한 전기차 스타트업 후발 주자들이 올해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구글의 회의실 ‘캠프파이어’에서 직원들이 오프라인, 원격이 혼합된 하이브리드식 업무를 하고 있다. /구글

④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코로나 여파로 일자리가 재편되는 대사직(Great Resignation) 시대. 하나의 직업 대신 여러 개의 일을 하고, 회사 대신 현실과 메타버스를 오가며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할 전망이다. 테크 전문매체 시넷도 올해 다섯 가지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이를 꼽으며 “2022년에도 계속 힘을 얻을 것 같은 가장 놀라운 트렌드는 대사직”이라고 했다. 이에 발맞춘 기술 시장도 커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일할 수 있는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협업 프로그램 기반 근무 환경으로의 변화가 가속화하는 것은 기본.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바꿔주고, 다른 공간에 있는 참가자를 홀로그램으로 불러오는 등 관련 신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5분 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신속 진단키트 ‘테스트앤패스’. /AP 연합뉴스

⑤5분이면 코로나 판별, 디지털 헬스케어의 약진

코로나 3년 차인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본격적인 약진 역시 주요 트렌드다. 이달 5일 미국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에서도 헬스케어 기술 기업이 사상 처음으로 기조연설 무대에 오르는 등 ‘헬스케어의 부상’이 큰 화제다. 5분 만에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별해내는 코로나 관련 기술을 비롯해 원격 진료, 웨어러블 기술을 통한 진단·치료 등 기존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신기술이 점차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것도 이슈다. 미 경제매체 패스트컴퍼니도 전문가 40여 명을 인터뷰한 올해 테크 트렌드 전망에서 이 같은 새로운 헬스케어의 등장을 주요 이슈로 꼽았다.

이 밖에도 AI·메타버스 시대의 범죄와 윤리 역시 올 한 해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가상 인간, 아바타가 나를 대체하는 시대에 이를 해킹하는 것은 하나의 인간을 해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상이 빠르게 온라인과 연결되고, 각종 업무를 하이브리드로 처리하게 되면서 데이터를 인질로 삼는 랜섬웨어도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포브스도 올해 주요 테크 트렌드를 꼽으면서 그 첫 번째로 ‘해커의 AI 활용이 증가하는 것’을 꼽았다. 동시에 빅테크를 향한 반독점·사생활 침해에 대한 규제는 올해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빅테크들이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사람이 머무르는 주요 공간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이들의 입김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