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앱. /로이터 연합뉴스

메신저 업체들이 사용자의 사생활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사라지는 기능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소유한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은 6일(현지시각)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른 사람과 나눴던 메시지가 사라지는 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대화를 나눈 후 일주일 후에 메시지가 사라지는 옵션만 있었지만, 앞으로는 24시간과 90일 후에 사라지는 설정을 추가한 것이다. 해당 기능은 사용자가 설정을 적용 및 해제할 수 있다. 기존 대화를 나눴던 채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용자가 24시간이나, 7일 등 정해진 데드라인을 설정하면, 실제 대화 창에는 알림이 뜬다. 해당 기능은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다. 왓츠앱은 “우리의 미션은 세계를 개인적으로(Privately) 연결하는 것”이라며 “대화가 영원히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사용자들이 더 정직해지고 유연해질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고 했다.

텔레그램. /AFP 연합뉴스

왓츠앱뿐만 아니다. 지난 8월 암호화 메신저 앱 시그널(Signal)은 자동 메시지 삭제 기능을 기본값으로 설정했다. 사용자가 간단히 클릭 한번만 하면 해당 메시지를 1초~4주 사이에 사라지게 할지, 남아있게 할지 결정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사라지는 메시지 기능으로 사용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크게 성장한 메신저다. 텔레그램은 모든 메시지가 실시간 암호화되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해당 메시지가 사라지는 비밀대화 기능도 제공한다.

메신저 서비스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나눴던 대화가 사라지는 기능을 속속 도입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의 보안 욕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메신저에서 나눈 대화가 암호화 돼 보호되더라도 해킹을 당했을 경우엔 통째로 유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사생활 보호에 관심이 높은 MZ세대는 친구와 나눴던 은밀한 이야기가 유출될 것을 우려해 자동 메시지 삭제 기능이 탑재된 메신저 활용을 늘리고 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제이크 무어는 “일정 시간이 지나 메시지가 사라진다면 스마트폰에 데이터가 더는 남아있기 않기 때문에 보안상 안전하다”고 했다. 와츠앱은 “코로나로 인해 1년 넘게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지냈고 물리적으로 직접 대화할 수 없다고 해서, 사적인 대화를 희생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왓츠앱이 공개한 자동 메시지 삭제 기능. /왓츠앱

테크 업계에선 자동 메시지 삭제 기능이 앞으로 더 많은 메신저에 적용될 것으로 본다.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용자 몰래 아이폰에 페가수스라는 스파이웨어가 설치되고 스마트폰 사용 내역이 통째로 해킹 당하는 사례가 발생했듯, 해킹 피해는 국가와 조직, 개인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며 “사생활을 보호받기 원하는 사용자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이 악용되기도 한다. 텔레그램의 경우 메시지 자동 삭제 기능 등을 통한 강력한 보안성으로 주목받으며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작년 국내에서 공분을 일으킨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성범죄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