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투자 전문 핀테크 스타트업 트위그는 현재 가치가 3억2000만원에 이르는 페라리의 수퍼카 테스타로사도 투자 상품으로 출시했다. /트위그

“10만원으로 페라리 수퍼카를 만나보세요.”

대체 투자 전문 핀테크 스타트업 트위그는 지난 15일 페라리 수퍼카 1994년식 테스타로사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현재 가치 3억2000만원을 인정받는 이 차에 최소 10만원을 투자해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해외에 있는 동일 모델 경매 낙찰가를 보면 가격이 1년새 50% 뛰었다. 트위그 관계자는 “일주일 만에 목표액 1억1000만원 중 4580만원이 모였다”고 했다. 트위그는 해외 비상장 스타트업 주식도 조각 투자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 로빈후드(주식 거래), 잇저스트(식물성 계란) 같은 유명 해외 스타트업 지분을 공동 투자 형식으로 유치해 유명세를 탔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뭐든지 쪼개서 사는 조각 투자가 인기다. 수년 전 유행했던 부동산 P2P(개인 간 거래) 투자를 넘어 수퍼카·미술품·한우·운동화·스타트업 주식같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희소성만 있으면 다 사고파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성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시드머니가 작은 MZ세대가 다양한 종류의 자산 투자에 눈을 돌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했다.

최근 고가의 물품에 여러 명이 함께 투자하는 조각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술 투자 플랫폼 테사가 지난 19일 선보인 이우환 화백의 그림 '선으로부터'에는 투자자 1576명이 몰렸다. /테사

◇수퍼카·그림·시계·한우 다 쪼개 투자한다

최근 가장 열기가 뜨거운 조각 투자 분야는 미술품이다. 단돈 1000원으로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미술 투자 플랫폼 테사는 지난 19일 국내 생존 화가 중 몸값이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진 이우환 화백의 대표작 ‘선으로부터’의 지분 7억9000만원어치를 일반인 상대로 공모했는데, 7시간 만에 1576명이 몰려 완판됐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내 집에 걸어놓을 수 없는 것이 기존 투자 방식과 다르지만, 작품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피카프로젝트 등 여러 스타트업이 미술품 조각 투자 사업을 하고 있다.

묵혀두면 가격이 오르는 물건이라면 모두 투자 대상이 된다. 조각 투자 플랫폼 트레져러는 롤렉스 시계, 로마네꽁띠 와인, 에르메스 백 같은 사치재를 1000원 단위로 쪼개 팔고 있다. 트레져러는 “시계는 본사 쇼룸 3중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했다. 심지어 살아있는 생물에도 투자한다. 지난 5월 출시된 뱅카우는 여러 명이 모여 한우 한 마리 쪼개기 투자가 가능한 앱이다. 뱅카우가 한우 농가와 협약을 맺고 개인 투자자를 공모하면, 이 돈으로 한우 농가가 송아지를 사들여 키우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2년 뒤 소가 경매로 팔리면 수익을 나눠 가진다. 농가는 키우던 소가 폐사할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에도 가입해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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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과 주식도 쪼개 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권리도 사고판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쪼개 파는 거래소다. 2016년 창업해 지난해부터 급격히 성장하더니, 최근 기업가치가 1조원에 육박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등극을 눈앞에 뒀다. 또한 펀더풀은 국내 영화·드라마·웹툰 같은 콘텐츠에 투자할 조각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조각 투자에 눈을 뜬 MZ세대를 사로잡으려 기존 금융사들도 새 상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서학 개미를 타깃으로 해외 주식 조각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처럼 고가인 테슬라 주식도 100분의 1, 1000분의 1로 쪼개 사는 것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올 연말까지 여러 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조각 거래 고객 75%가 MZ세대”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 실적을 공개하는 주식과 달리 각종 현물 투자는 충분한 정보 없이 들어갔다가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투자 업체가 진짜로 현물을 소유하고 있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관련 정보를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