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송윤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한인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대표들이 후배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해 뭉쳤다.

16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니콘이 된 한인 스타트업 눔(대표 정세주)·센드버드(김동신)·몰로코(안익진)·피스컬노트(팀황) 창업자 4명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 북미 최대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 등 6명은 최근 미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와 정식 계약을 맺고 어드바이저(조언자)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미국과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유망 한국 스타트업을 발굴해 벤처캐피털과 연결해주고, 성장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역할을 맡는다.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사제파트너스와 한국 1세대 벤처투자사 프라이머가 2018년 합쳐 만든 VC(벤처캐피털)이다. 2018년 500억원 규모의 1차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 50곳에 투자했다. 최근 15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조성하면서 한인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을 어드바이저로 영입했다.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는 “아무리 실력 있는 스타트업도 초기엔 필요한 정보나 노하우가 부족하다”며 “선배 창업자들이 후배 창업자들을 밀어주고 당겨주며 한국 스타트업끼리 한번 뭉쳐보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어드바이저로 참여한 창업자들은 각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인이다. 정세주 대표의 헬스케어 기업 눔은 체중 관리, 생활습관 개선에 탁월한 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6월 펀딩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37억달러(약 4조원)로 평가받았다. 김동신 대표의 센드버드는 기업용 채팅 메신저 세계 1위 업체다. 기업 가치가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수준이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안익진 대표의 몰로코도 지난 5월 유니콘이 됐다. AI(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광고 설루션을 제시해준다. 팀황 대표의 피스컬노트는 미국 내 주별, 그리고 국가별로 다른 법률과 규제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유니콘 기업이다. 내년 1분기 나스닥에 입성할 예정이다.

김창원 대표는 북미 지역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를 창업해 지난 5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현금 6000억원에 매각했고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창업가다.

◇“이제는 후배 끌어줄 때”

이들이 어드바이저로 나선 이유는 해외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 체득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서다. 한인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액셀러레이터(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에서 성공한 벤처인들이 나서서 맞춤형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안익진 몰로코 대표는 “나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작은 도움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소중했다”고 했다. 선배 창업자들은 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해 세계 시장에 통할 유망 한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거대한 한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IT 업계에서는 선배 창업자가 다음 세대 창업자를 위해 선행하는 실리콘밸리의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문화가 한국 스타트업계에도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실리콘밸리에는 국적, 학연, 지연, 출신 회사 등에 따라 대놓고 밀어주는 사례가 많다. 특히 이스라엘과 인도, 이란 기업인들은 같은 민족 스타트업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이스라엘 창업자가 세운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이스라엘계 VC만 20여 개다.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하나둘씩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선배 창업자들의 조언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더 빨리,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