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뉴시스

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 국내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7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 속에서도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선전하면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8일 “올 3분기에 매출 73조원, 영업이익 15조8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3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시장 최대 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또 올 2분기(12조5700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섰다. 2분기 연속 영업익 10조원 기록은 2018년 3·4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위기에 강한 삼성전자의 저력을 또 한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달부터 삼성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중국발(發) 전력난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4분기부터는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D램·폴더블폰이 실적 쌍끌이

국내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전분기 대비 2조~3조원 늘어난 1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전분기 대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익이 3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증가분 상당수가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2018년 반도체 수퍼사이클(장기 호황) 이후 하락을 거듭하던 메모리 칩(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들어 크게 상승한 데다, 파운드리(위탁생산) 공급가 인상으로 영업 마진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분기별 매출

스마트폰 등 무선사업부 실적도 기대 이상이다. 당초 삼성 내부에서는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를 올해부터 출시하지 않으면서 예년보다 실적이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세 번째로 내놓은 폴더블(접는)폰이 대박을 쳤다. 지난 4일 기준 갤럭시 Z폴드3·플립3의 국내 판매는 100만대를 넘었고, 전 세계적으로도 3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높은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4 등 웨어러블(착용형) 제품 판매 증가도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경 한양대 교수(과학기술정책과)는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판매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폴더블폰은 일반 스마트폰과 차별화 요소가 분명해 이런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고 있다”며 “폴더블폰 시장 선점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악재에...4분기부터는 실적 꺾일 듯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호조 소식에도 불구하고 전날 대비 0.14% 하락했다.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데다 오는 4분기부터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완화로 연말부터 PC·서버용 칩 수요가 줄어 주력인 D램 가격이 올 4분기 최대 8% 하락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부진한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시장 점유율 격차도 점점 벌어지면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기대만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중국 전력난도 삼성전자에는 큰 부담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규소(실리콘), 황린(백린) 등 주요 광물 생산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에서 전력난을 이유로 이 소재들의 생산을 통제하면서 최근 들어 가격이 2~3배씩 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반도체·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12년 연 매출 200조원을 처음 넘었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까지 10년째 300조원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형 M&A(인수·합병), 기술 합작으로 새 먹거리를 마련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