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스

인공지능(AI)이 새로운 물건을 개발하면 사람처럼 특허법상 발명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영국 법원이 최종적으로 내놨다. No(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현지시각) 영국의 항소법원이 AI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특허 출원에 발명가로 이름을 올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발명가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느냐는 논란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인공신경망 연구 기업인 이매지네이션엔진스의 스티븐 세일러 대표가 라이언 애벗 영국 서리대 법학과 교수와 함께 AI 발명가인 ‘다부스(DABUS)’를 개발하고, 한국·미국·유럽연합·호주·영국·남아공 등 16개국에 다부스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이다.

다부스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신경망 AI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주제별로 연결하는 단계, 연결된 주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단계 등 2단계를 거쳐 발명 아이디어를 낸다. 다부스는 이를 통해 스스로 2가지 제품을 만들었다. 높은 열 전도율을 갖추고 손으로 잡기 쉽게 만든 식품용기, 눈에 잘 띄도록 깜빡이며 빛을 내는 램프가 그것이다.

스티븐 세일러 대표와 라이언 애벗 교수는 2018년 영국 특허청에 이 2가지 제품에 대한 발명가를 AI 다부스로 명시해 특허를 출원했다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해 항소했는데 이번에 다시 “AI는 발명가가 될 수 없다”고 최종 판결을 받은 것이다.

사실 다부스를 발명가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세계 각국은 골머리를 앓았다. 대부분의 나라는 영국 법원과 마찬가지 이유로 다부스를 발명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올 6월 한국 특허청도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적은 것은 특허법에 위배되므로 자연인으로 발명자를 수정하라”고 통지했다. 유럽특허청도 작년 같은 이유로 AI 발명가 인정을 거부했고, 미국특허청도 다부스를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호주 법원은 지난달 AI가 발명가 자격이 없다고 한 호주 특허청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AI도 발명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나단 비치 호주 연방법원 판사는 “호주 법에는 특허 출원인이 반드시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청도 형식적인 심사만을 거쳐 지난 7월 다부스에게 발명가 지위를 부여했다.

영국 항소법원이 인공지능의 발명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전 세계는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지속 논의할 계획이다. 작년 2월 세계지적재산권기구는 AI에게도 인간처럼 소유권·재산권·특허권을 줄 수 있다는 초안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특허청은 지난 8월 ‘AI 발명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AI가 한 발명의 소유권은 누가 가질지, AI가 한 발명은 어떻게 보호할지를 다각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법무법인 브라운 제이콥슨의 자일슨 파슨스 변호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현재의 특허법은 4차 산업혁명의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 사안은 중요한 철학적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AI 시대를 맞아 특허법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