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열기가 확산하면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직장을 나와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T를 활용해 자금 중개나 자산 관리 분야 빈틈을 메우면서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개척해 가는 스타트업들이다.

스타트업 ‘8퍼센트’가 대표적이다. 이효진 대표는 우리은행 출신이다. 포스텍 수학과를 나와 우리은행에서 금융 상품 거래 업무 등을 맡다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자’면서 회사를 관두고, P2P 대출 스타트업 ‘8퍼센트’를 창업했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과 여유 자금 운용을 원하는 사람이 직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8퍼센트는 2020년 제정된 ‘온투법’(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1호 등록업체다.

기업 대출도 중개한다. 쏘카, 패스트파이브, 야놀자 등 유명 스타트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등에서 투자를 유치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개인 사정으로 높은 금리 대출을 쓰는 대기업 직원을 보고 틈새시장이 있다고 판단해 창업했다”며 “연간 1조원 이상 대출을 실행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기업 ‘데이터노우즈’ 김기원 대표도 금융권 출신이다. 한양대 수학과를 나와 미국 유타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 ‘프트로닉스’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와 HSBC은행, 피플라이프 등에서 근무했다. 금융권에서 고액 자산가를 많이 만나다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지는 것을 목격하고 2019년 ‘데이터노우즈’를 창업했다. 데이터노우즈는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리치고(Rich-go)’를 서비스한다. 투자·거주 등 내 관심사에 맞는 아파트를 추천하다. 교통, 학군, 투자 가치 등 19가지 상세 항목별로 나눠서 정보를 제공한다. 인공지능(AI)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거주 점수 등을 표시하고, 미래 가격 예측도 한다. 앱은 출시 7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 10만 건을 넘어섰다. 김기원 대표는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 등 다양한 금융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