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포스텍 총장을 역임한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포스텍 총장을 역임한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모든 학생을 문·이과로 나누고, 특정 전공의 전문 인력만 양성하는 현재 방식은 대량생산을 하던 산업화 시대에나 통했던 구시대 유물”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대학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온 대표적 학자이다. 포스텍 총장 시절 첫 3학기 동안 전공을 탐색한 이후 과를 결정하는 무(無)전공 학부생 제도를 도입했고, 서울대 공대 부학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대 초반엔 개별 학과를 학부제로 합치는 개편안을 추진했다. 그는 “100세 시대를 맞게 될 현재 대학생들은 졸업 후 50~60년 이상 경제 활동을 해야 하고, 직업도 여러 번 바꾸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른 나이에 한 분야에만 매달리지 말고 어떤 분야에서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초를 쌓을 수 있는 커리큘럼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세상과 동떨어진 대학의 폐쇄성과 경직성이 지금의 취업 시장 미스매치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김 이사장은 “요즘엔 IT뿐 아니라 건설·유통 등 대부분 분야에 첨단 기술 비중이 높아져 기업의 영업·마케팅도 이공계 지식을 갖춰야 한다”면서 “미국 MIT 등 주요 대학에선 이런 변화에 맞춰 인문 분야 전공자에게도 AI(인공지능)·단백질 구조 분석 등 이공계 수업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국내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영역의 학문을 배우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 엔지니어 수요가 커지면서 미국 스탠퍼드대는 컴퓨터 관련 학과를 학교 전체 정원의 40%까지 늘렸는데 서울대의 경우 컴퓨터 학과 정원을 한 명도 더 못 늘린다”며 “문·이과별 전공 정원이 정해져 있는 국내 대학에선 학과(學科)끼리 늘리고 줄여야 하는데 어느 학과도 자신의 정원 수는 줄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문·이과 통합 수능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국내 대학들이 문·이과로 나눠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과거와 크게 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학교육도 이제 사회와 산업 변화에 맞춰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