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글이 헬스케어(건강 관리) 사업부를 전격 해체한다. ‘생명의 근원을 밝혀 전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며 막대한 돈과 인력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포브스는 21일(현지 시각) “구글의 헬스케어 사업부를 총괄하던 데이비드 파인버그 박사가 회사를 떠난다”면서 “700명에 이르는 사업부 직원들은 구글 내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지난 10년간 헬스케어 사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세상의 데이터를 정리해온 능력이 언젠가 생명을 구할 것”이라며 다양한 헬스케어 프로젝트를 직접 주도했다. 당뇨병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치료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는 자회사 베릴리를 설립했고, 노화 방지 전문 기업 칼리코도 만들었다. 1만명의 생활 전반을 수년에 걸쳐 추적하는 ‘프로젝트 베이스라인’도 진행했다. 2018년에는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대(UCLA) 의료 시스템을 총괄했던 의료 업계의 거물 파인버그 박사를 영입해 헬스케어 사업부를 설립하고 회사 안팎에 흩어져 있던 헬스케어 사업을 통합했다. 본격적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심 찬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하거나 중단됐다. 포브스는 “환자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의료에 활용하려던 계획은 영국과 미국에서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비판과 반발에 부딪혔다”면서 “약국 체인 CVS헬스케어, 게이츠 재단과의 협업도 의견 차이로 무산됐다”고 했다.

구글 내부에서는 헬스케어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매체 인사이더는 “구글은 내부에 헬스케어 수익 모델 연구팀을 별도로 운영할 정도로 의지를 보였지만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고 했다.

연 4조달러(약 4700조원)에 이르는 미국의 거대한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하다 좌절한 빅테크 기업은 구글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2018년 JP모건체이스, 버크셔 헤서웨이와 함께 헬스케어 회사 헤이븐을 출범했다. 직원들의 건강을 돌보고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목표였지만 올 2월 사업이 중단됐다. 애플 역시 헬스케어 프로젝트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헬스케어 앱을 내부적으로 테스트하는 애플 직원들조차 절반 이상이 앱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 등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