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펫쇼'에서 한 업체가 반려동물을 위한 사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4월 미 뉴저지에 거주하는 마거릿은 코로나로 남편을 잃었다. 그와 20살, 17살인 두 딸은 끝없는 슬픔에 빠졌다. 심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그는 애완동물을 키워보기로 했고 지난 7월 동물복지단체로부터 오른쪽 뒷다리를 심하게 다친 강아지를 소개받았다. 마거릿은 강아지의 치료에 함께하며 코제트라 이름붙인 시츄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반이 넘게 장기화하면서 반려동물 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외로움을 달래려 반려동물 입양 사례가 크게 늘었고,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증가했다. 반려동물에 쓰는 지출 규모도 커지면서 관련 스타트업에 돈이 몰리고 산업 자체가 확장하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중 반려동물을 입양한 마리에나와 그의 고양이. /ASPCA

◇집에 갇혀 외로우니 펫 입양 증가

미국 뉴욕에 사는 마리에나는 최근 9개월 된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람 간 교류가 급속히 줄어들며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마리에나는 고양이와 함께 모든 일상을 함께하며 외로움을 덜어내고 있다. 최근 미국에는 마리에나와 같은 사람이 많다.

미국의 동물복지단체 ASPCA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올 5월 사이 미국 내 5가구 중 1가정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입양했다. 미국 내 약 2300만 가구가 새롭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 것이다. 많은 미국인이 반려동물을 찾으면서 유기견들을 분양하는 동물보호소에는 반려동물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팬데믹 펫’이라는 말도 나왔다.

20~30대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층에서도 반려동물을 많이 키운다. 미국 펫 제품 협회(APPA)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거의 3분의 1이 반려동물 소유자다.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핵가족, 1인 가구에 이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하나의 형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자료=피치북

◇뜨거워진 펫코노미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펫과 관련한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관련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58억달러(6조7800억원)로 10년 전보다 2배 증가했다. 케빈 콜러런 슬로우벤처스 상무이사는 “반려동물 주인들이 예전보다 더 큰 비용을 반려동물을 위해 지출한다”고 했다.

반려동물 사료와 제품을 판매하는 미 전자상거래 업체 츄이(Chewy)는 주가가 2020년 3월 이후 3배 이상 증가했고, 애완동물 돌봄 앱 서비스인 로버(Rover)는 올 상반기 서비스 예약 건이 2년 전보다 13% 증가한 42만1000건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자 반려동물 관련 산업엔 돈이 몰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각)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현재까지 전 세계 벤처캐피탈(VC)이 반려동물 펫 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11억5594만달러(1조3500억원)다. 기존 최대였던 2019년(9억9430만달러) 한 해치를 뛰어넘은 역대 최대다.

자료=피치북

지난 7월 반려동물 DNA 검사업체 임바크(Embark)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7500만달러(877억원)를 유치했고, 같은 달 수의사와 원격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 모던애니멀(Modern Animal)은 파운더스펀드로부터 4000만달러(468억원)를 투자받았다. 영국의 펫 보험 바우트바이매니(Bought by Many)는 지난 5월 EQT그로스 등으로부터 3억5000만달러(409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GS리테일과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는 1000여억원을 투자해 국내 반려동물 쇼핑몰 펫프렌즈 지분 95%를 인수했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21그램은 이달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4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2조원대였던 국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2027년 6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5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에서 치와와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될 것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 많은 사람이 입양했던 반려동물을 다시 파양하고 반려동물 산업이 쪼그라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업계 전반에선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ASPCA가 미국 반려동물 소유자 50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 때 입양한 반려동물을 현재까지 강아지는 90%, 고양이는 85%까지 지속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맞이한 반려동물을 쉽게 내칠 수 없기 때문이다. 피치북은 “팬데믹 기간 중 입양된 반려동물은 10년 이상 가족의 일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종료에 따른 사무실 복귀와 여행 증가는 오히려 반려동물 산책 대행, 시터 대행 서비스 등에 더 많은 지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