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올 2분기에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장기화되면서 IT 기기 구매와 클라우드(가상 서버) 수요가 급증하고, 온라인 광고 매출도 확대된 덕분이다. 하지만 코로나 호황의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들 실리콘밸리 빅테크의 앞날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이 과도해진 이들의 영향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역대급 실적 낳은 빅테크

애플은 올 2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4% 증가한 814억3400만달러(약 94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월가 전망치를 11%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순이익은 1년 전의 두 배에 이르는 217억4400만달러에 이른다. 모든 사업부가 큰 폭으로 성장한 가운데, 주력인 아이폰 매출이 1년 전보다 50%나 늘었다. 애플 피트니스, 애플 뮤직 같은 서비스 유료 가입자도 1년 전보다 1억5000만명이 늘어난 7억명을 달성했다.

구글(알파벳)은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실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61.6% 증가한 618억8000만달러(약 71조5000억원),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무려 266.2% 급증한 185억2500만달러(2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온라인 광고 매출이 1년 전보다 69% 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올 2분기 순이익(164억58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47% 증가하며 역대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빅테크 3곳의 역대급 실적은 ‘코로나 초호황'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많은 활동들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며 온라인과 모바일을 장악한 빅테크들이 영위하는 사업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12는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고 있고, 구글의 검색과 유튜브 광고엔 광고주들이 몰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고객을 늘리며 빅테크 3곳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3분기 도사리는 리스크 3가지

하지만 역대급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폭증했던 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서비스 가입자 증가세에 제동이 걸릴 때가 다가왔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빅테크 3사가 기록적인 분기 실적을 냈지만 시장은 차갑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투자업계는 이들 기업이 계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반독점 규제이다. IT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빅테크 기업을 둘러싼 리스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빅테크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들을 반독점 기관 수장에 잇따라 임명하고 있다. 이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의 사업을 세밀하게 살펴보며 소송과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실리콘밸리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 규제가 전 세계에서 최소 70건 이상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테크들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애플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카 메스트리는 이날 “3분기 애플의 하드웨어 판매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의 제약을 본격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애플은 9월 공개할 아이폰 신제품을 올해만 1억 대 가까이 팔겠다는 계획인데,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다시 급증하는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백신 보급 등으로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델타바이러스로 인한 불확실성이 짙어진다면 사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구글 알파벳의 CFO인 루스 포랏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시장의 추세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며 “3분기엔 2분기와 같은 순풍(tailwind)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