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상공을 소형위성으로 뒤덮어 전 세계에 음영(陰影) 없는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원대한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스타링크(Starlink)’로 불리는 이 서비스를 위해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는 이미 1800기의 위성을 발사했고, 12국 7만명이 시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머스크 ‘MWC 2021’서 기조연설 일론 머스크가 29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머스크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1’ 기조연설에서 “8월부터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며 “앞으로 1년 내에 50만 사용자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에 우주 인터넷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경쟁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우주개발 업체 원웹이 올여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고, 머스크와 치열한 우주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머스크 “매년 300억달러 벌겠다”

머스크는 2015년 스타링크 계획을 발표하고 스페이스X에서 위성 개발을 시작했다. 전 세계 20억명만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을 모든 사람에게 보급하기 위해서는 위성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이유였다. 스페이스X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우편함 크기의 위성 1800기를 발사했고, 지난해에는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시범 서비스를 개시했다. 2026년까지 모두 4만2000기의 위성을 발사하는 것이 목표이다. 머스크는 MWC 기조연설에서 스타링크가 인터넷의 개념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기술적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스타링크 위성은 기존 통신위성보다 낮은 저궤도에 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지연 시간이 20밀리초(ms)로 지상의 광통신이나 5세대 이동통신(5G)과 비슷하다”면서 “내년에는 북극과 남극까지 커버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한 새로운 위성도 발사하겠다”고 했다. 다만 초기 단계인 스타링크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고도 밝혔다. 현재 스타링크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499달러(약 56만원)의 설치비와 월 사용료 99달러를 내야 하는데, 위성 접시 설치비 원가만 1300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스타링크에 200억~300억달러(약 22조6300억~33조95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며 “서비스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연간 300억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인류를 달과 화성에 보내 거주지를 개척하는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베이조스도 출사표

우주 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노리는 것은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영국 원웹은 총 648기의 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하겠다며 2012년 설립됐지만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철회하는 등 자금난을 겪다 지난해 3월 파산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와 인도 대형 통신 업체 바르티 글로벌이 지분 45%를 인수하며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원웹은 218기의 위성을 발사했고, 1일 추가로 34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원웹은 “올여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에는 북극을 포함한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켓 개발과 달 탐사 등 주요 우주 프로젝트마다 머스크와 경쟁을 펼쳐온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아마존 자회사인 카이퍼 시스템스를 세워 지난해 7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우주 인터넷 사업 승인을 받았다. 베이조스는 100억달러를 투자해 위성 3236기를 지구 저궤도(590~630㎞)에 발사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합작한 로켓 발사 업체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와 위성 발사 계약도 체결했다. 이 밖에 캐나다 위성 기업 텔레셋도 2023년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저궤도에 300기의 위성을 배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회사는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일반 소비자가 아닌 이동통신 업체와 기업, 정부를 대상으로 서비스할 방침이다.

☞우주 인터넷

지구 저궤도(200~1000㎞)에 막대한 수의 소형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지상과 거리가 가까워 초고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남·북극이나 사막처럼 기존 인터넷이 들어갈 수 없는 극한의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