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미 실리콘밸리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일과 근무 체계 실험에 들어갔다. 사무실과 집에서 번갈아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를 넘어 사무실 활용과 근무 여건에 대한 디테일한 구상에 나선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본사 대신 직원들의 집과 가까운 곳에 위성 사무실을 만들고,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직원들의 단결력과 소속감 고취를 위해 천편일률적인 워크샵 대신 일 이야기는 하지 않는 조건으로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해변으로 여행을 떠나는 곳도 있다. 1년 반의 코로나 사태 기간 중 재택근무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이다.

위워크 뉴욕 월스트리트 지점

◇모두 모이는 본사 대신 위성 사무실 확대

기업들은 모든 직원이 본사에 모여 일하는 구조를 더는 고집하지 않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1일 “점점 많은 기업이 사무실과 집에서 번갈아 일하는 하이브리드 체계를 도입하면서, 본사를 축소하고 직원들이 많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를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라고 부른다. 한국식으로는 거점 사무실이다.

미국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출퇴근 러시아워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수요를 파악하고 직원들이 거주하는 곳과 가까운 여러 곳에 작은 ‘위성 사무실’을 만드는 실험에 들어갔다. 집에 머무는 데 지쳤거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 가까운 사무실로 나와 일을 할 수 있다.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아마존은 작년 8월 14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댈러스와 디트로이트, 덴버, 뉴욕, 피닉스, 샌디에이고 등 6개 도시에 거점 사무실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옛 로드앤드테일러 백화점 건물을 사들였다.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인 구글도 거점 사무실 공간을 계획하고 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최근 “올가을부터 구글 전체 직원의 20%는 재택근무, 20%는 다른 지역 사무실로 출근해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20%의 직원은 자신의 거주지와 가까운 거점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 캘리포니아 프레몬트에 사무실이 있는 디자인 회사 블리츠도 거점 사무실을 계획 중이다. 멜리사 핸레이 블리츠 CEO는 “직원들은 2시간씩 걸려 출퇴근할 필요가 없다. 직원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위성 사무실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MS 재팬)가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시행한 결과 생산성은 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전 세계에서 주4일제 실험 중

재택근무, 하이브리드를 넘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 실험하는 회사도 많다.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는 2022년부터 직원들의 주4일 근무제를 실험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급여는 줄이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 3일간의 주말을 제공하는 식이다. 킥스타터는 직원이 90여명 수준이다. 회사 대변인은 “주4일제 실험을 얼마나 지속할지는 결정된 것이 없지만,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것이 변한 지금 이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증거는 충분하다”고 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도 뉴질랜드 지사에서 81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올 12월까지 주4일제를 실험하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 일본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주4일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지난 3일 데일리메일 등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유연근무 테스크포스팀의 피터 치즈 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가 표준이라고 일컫는 주5일제가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주4일제일 것”이라며 주4일제에 대한 낙관적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도 지난 4월 주4일 근무제 추진을 공식화했고,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코로나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회원사들에 재택근무와 주4일제를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주4일 근무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약 200개 업체, 3000~6000명의 근로자가 올가을부터 주4일 실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매칭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런치클럽 직원들이 미국 마이애미의 한 에어비앤비 집에서 단합대회를 갖고 있다. /런치클럽

◇산악자전거 타고 돌고래와 수영하며 단합대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무실에서 잘 마주치지 못하는 직원 간 단결력과 소속감 고취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단합대회를 여는 기업도 생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일 테크 스타트업들 직원들이 업무는 집에서 하고, 1년에 몇 차례 해변에 모여 단합대회를 갖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무실이 아닌 곳에 모여 프레젠테이션이나 실적 향상 계획 등을 보고하는 워크샵은 간혹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산악자전거 타기,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춤추기 등의 활동을 하며 단결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 재택근무로 인해 회사 소속감과 충성도가 낮아진 직원들의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이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 피플AI는 이전에 추진하던 런던 사무실 확장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그 예산으로 직원들과 함께 여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미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올터틀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파리와 도쿄에 있는 사무실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연 2회 여행을 가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근무 형태와 일에 대한 정의가 바뀌면서 기업들은 인력과 업무 관리에 기존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애초 사무실 비용이 줄면서 기업의 운영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어긋난 것이다. 미 IT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최근 “기업가들은 재택근무의 숨겨진 비용을 하나둘씩 발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랜 기간 재택근무로 인한 직원들의 정신건강 서비스 지원 비용, 직원들의 홈오피스 구축 비용, 회사 공통 문화 습득을 위한 각종 보조자료 우편 송부 비용 등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