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로이터

아마존이 가짜 리뷰(후기)에 발목이 잡혔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아마존과 구글이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가짜 리뷰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닷컴과 구글 검색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부각하려 허위로 평점이나 별점을 높게 준 가짜 리뷰가 만연하다고 보고 이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시장청은 “온라인 소비자 수백만명이 가짜 후기를 읽고 현혹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조사 결과 아마존과 구글의 가짜 리뷰 방지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두 기업은 법정에 불려가거나 새로운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실 가짜 리뷰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다른 사람이 남긴 리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를 노리고 판매자들은 아마존닷컴에서 스스로 허위 리뷰를 남기거나, 리뷰를 남기는 소비자에게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며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좋은 평가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존 별점 리뷰. /AP연합

◇믿을 수 없는 별 5개 리뷰

지난 5월 미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사는 데릭씨는 아마존닷컴에서 초보용 드론을 샀다. 중국제였다. 제품 상자 안에는 ‘온라인 쇼핑몰에 후기를 남겨주면 추첨을 통해 30달러 상당의 중급자용 드론 할인쿠폰이나 초보용 드론 교체용 부품을 준다’는 쪽지가 들어있었다. 데릭은 “평소 아마존을 자주 이용해도 상품이 너무 형편없는 때를 제외하곤 리뷰를 좀처럼 남기지 않는다”며 “하지만 30달러짜리 부품을 준다니 아마존에 사진과 함께 별5개짜리 드론 리뷰를 남겼고, 중국 드론 업체 측에서 별5개를 준 것을 보고 교체용 부품을 집으로 보내줬다”고 했다.

소비자에게 대가를 주고 리뷰를 남기도록 하는 것은 아마존 정책 위반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아마존에 입점한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너무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4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와 충전기를 판매하는 중국의 엠파오와 아우키 등 중국 전자제품 브랜드 3곳은 아마존에서 퇴출됐다. 지난 16일에도 중국 심천에 본사를 둔 전자제품 업체 썬밸리가 운영하는 브랜드 3가지 ‘RAV파워’ ‘타오 트로닉스’ ‘VAVA’의 판매가 아마존에서 금지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업체가 고객에게 긍정적 리뷰를 유도하고 기프트 카드를 제공한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물류센터 모습. /AFP연합

이 업체들은 아마존에서 판매량이 적지 않은 곳들이다. 썬밸리의 경우 작년 아마존에서 6억9700만달러(약 7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액이 상당한 업체들이 가짜 리뷰를 양산하는 것은 그만큼 아마존에 믿을 수 없는 리뷰가 많다는 증거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가짜 리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급증하며 덩달아 폭증했다. 모니터링 서비스 페이크스팟이 작년 3월~9월 아마존 리뷰 7억2000만개를 자체 조사한 결과 전체 중 42%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은 가짜로 의심돼 소비자들이 보기 전에 차단한 리뷰가 2020년 한 해에만 2억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아마존 배송 직원이 미국 볼티모어에서 택배 상자를 싣고 있다. /AFP연합

◇가짜 리뷰에 타격받는 아마존

아마존은 가짜 리뷰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존 대변인은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아마존은 한달에 1000만건의 리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페이스북 등 SNS 업체들에게도 아마존닷컴 상품 가짜 리뷰가 퍼지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 중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가짜 리뷰를 막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무선이어폰은 아마존닷컴에서 총 별점 5000개를 받았지만, 직접 소비자가 쓴 상품 후기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아마존이 이러한 이상한 후기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2000년 아마존닷컴에 남긴 영화 별점 리뷰.

IT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리뷰 딜레마’에 빠졌다고 본다. 아마존은 그동안 상품 리뷰를 서비스의 핵심 포인트로 삼아왔다. 아마존은 리뷰와 별점을 회사 자산으로 인식한다.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2000~2006년 영화와 망원경, 우유 등 6개 제품에 직접 리뷰를 남기고 모든 제품에 별점 5개를 줬다. 소비자들이 처음 보는 제품이라도 리뷰가 많고 별점이 높은 것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아마존이 좀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리뷰 관리 정책을 펴지 않는다고 본다. 아마존이 리뷰 관리에 주춤한 사이 아마존 브랜드 이미지는 하락하고 있다. 좋은 리뷰를 보고 상품을 구입했는데 실제로는 품질이 좋지 않아 실망한 고객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이러한 가짜 리뷰는 아마존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낮추고 좌절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가짜 리뷰 문제는 아마존뿐 아니라 전 세계 전자상거래, 배달앱 업체들의 공통된 고민”이라며 “가짜 리뷰를 잘 통제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