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각) 오후 미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인터넷 기업 구글의 캠퍼스에 들어서자 곳곳에 위치한 건물 옥상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구글이 설치한 9200장의 태양광 패널 때문이다. 구글이 이 캠퍼스에서 태양광을 통해 얻는 전력은 1.6메가와트(㎿). 1000가구가 쓸 수 있는 용량이다. 구글은 전 세계 사무실과 데이터센터, 각종 시설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탄소 제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무 시설을 전기를 사용하는 공간인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자사 전기 사용량의 30%를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는 스웨덴·네덜란드의 풍력발전 단지, 칠레의 태양광발전 단지 같은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에서 구매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의 탄소 제로는 양자컴퓨터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반기문(오른쪽 다섯번째) 글로벌 녹색성장기구 의장 등 전국 243개 지자체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2050 탄소중립 선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4G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글로벌 협의체다. (사진=행정안전부 제공)

◇치열한 탄소 중립 주도권 경쟁

지난 4월 20일 미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 팀 쿡 CEO는 제품 설명에 앞서 “매년 탄소 배출량을 100만t씩 줄여, 2030년까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었던 아이패드 프로 소개보다 탄소 중립 정책을 먼저 언급했을 정도다. 애플은 신재생에너지 활용 이외에 재활용 재료 사용을 확대하고 아이폰을 한 번에 더 많이 배송할 수 있는 운송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 따르면 현재까지 RE100(필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100% 사용하겠다는 서약)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구글과 애플을 비롯해 316곳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나이키·H&M·소니·샤넬 등도 RE100에 가입했다. 구글은 이미 2017년 RE100을 달성했다. 작년 9월 구글은 ‘탄소 발자국(탄소 총배출량)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다른 기업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해 1998년 창사 이후 배출한 탄소를 숫자상으로 모두 없애는 것이다. 페이스북도 미국 전역과 해외 5국에서 6기가와트(GW) 상당의 풍력·태양광 단지와 계약을 맺으면서 지난해 RE100을 달성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탄소 포집 기술 경연대회’에 1억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항공모함 1만대 분량에 해당하는 1기가t의 탄소를 공기 중에서 포집하는 기술 개발이 목표이다. 머스크는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2050년까지 연간 10기가t의 탄소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활동에서 내뿜는 탄소를 0으로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고 탄소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흔드는 RE100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탄소 중립을 핵심 가치로 선언하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탄소 중립이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탄소 중립에 앞장서지 않은 기업은 세계 각국의 높아지는 규제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많은 부품 협력사를 거느린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중립 선언은 전 세계 산업계를 흔들고 있다. 애플은 작년 7월 2030년까지 전체 공급망과 제품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에 납품하려면 탄소 중립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TSMC, 일본 소니는 물론 SK하이닉스 등 전 세계 24국 109개 업체가 이미 동참 의사를 밝혔다. 소니는 작년 12월 일본 고노 다로 장관과 면담을 갖고 “일본에서 재생에너지를 얻기가 어렵다”며 “정부의 조치가 없다면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일 BMW도 부품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BMW는 2018년 LG화학에 배터리 부품 납품 전제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했지만, LG화학이 이를 맞추지 못하며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삼성SDI는 BMW에 납품하는 배터리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해외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재생에너지(Renewable) 100%의 약자.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의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이 시작한 것으로 현재 구글, 애플, SK 등 31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