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3일부터 헬멧(안전모)을 착용하지 않은 전동 킥보드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자전거와 형평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헬멧을 쓰지 않아도 벌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전동 킥보드는 단속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에 주차된 공유 전동 킥보드의 모습. 공유 전동 킥보드 업체들은 헬멧 미착용자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면서 사용자가 줄자 최근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논란이 촉발된 것은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서울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부터다. 온라인에선 “자전거는 헬멧 안 써도 되고, 전동 킥보드는 안 된다는 차별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글들이 쏟아졌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에도 ‘따릉이 탈때도 헬멧 써야 함. (이 대표가) 모범이 되어주세요’ ‘전동 킥보드만 단속한다’처럼 헬멧 미착용을 지적하는 댓글이 달렸다.

헬멧 단속을 둘러싼 논란은 모호한 법 규정 때문에 빚어졌다. 정부는 최근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서 전동 킥보드처럼 전동 장치가 달린 개인형 이동 장치를 이용할 때 ‘인명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벌금 2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자전거도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되긴 했지만, 전동 킥보드와 달리 별도 단속 규정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서울시는 3년 전 따릉이 사용자에게 헬멧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헬멧 이용률이 떨어지자 중단했다.

공유 전동 킥보드 업계에선 “우리도 헬멧 착용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임·스윙 등 공유 업체 5곳은 지난 8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에 입장문을 보내 “범칙금 부과 같은 강압적인 방법은 올바른 헬멧 문화를 만들 수 없다”며 “자전거 도로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단속 범위를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업체는 헬멧 의무화 시행으로 사용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자 헬멧 사용에 대한 각종 할인·쿠폰을 제시하며 사용자를 지키려 발버둥 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동 킥보드 속도 제한을 현재 시속 25km에서 20km 미만으로 줄이도록 하면서 헬멧 착용은 운전자 자율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