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로이터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통해 송유관 회사를 해킹한 해커들이 뜯어간 돈을 되찾자,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급락하는 등 출렁이고 있다. FBI가 ‘정부도 추적 못한다’던 가상화폐의 익명성과 보안성 신화를 깼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 30분(현지 시각)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3만1277.18달러로 폭락했다. 전날 대비로는 13.3% 하락한 것으로, 개당 가격이 6만달러에 달했던 지난 4월의 반 토막 수준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이후 다소 회복해 8일 오후 11시 기준 3만3494.22를 기록했다. 이더리움도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각 전날보다 16% 하락했다가 회복해 오후 11시 기준 2473.46달러를 기록했다.

가상화폐 가격이 한때 일제히 10% 이상 폭락한 것은 FBI 쇼크 때문이었다. 지난달 미국 최대 송유관 회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해커들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악성 코드를 이 회사 네트워크에 침투시켜 중요 파일에 암호를 걸어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돈을 요구한 것이다. 해커들은 시스템 정상화 대가로 비트코인 75개(총 440만달러 어치)를 받아 챙겼다. FBI는 이를 추적해 해커들이 챙긴 전체 비트코인의 85%인 63.7개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역설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타격을 줬다. 그동안 가상화폐는 익명성과 보안성이 최대 장점으로 꼽혀왔다. 정부 당국의 자금 추적망에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등 검은 거래에 가상화폐가 주로 활용됐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9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의 시세 전광판. 이날 비트코인 시세는 개당 한때 3만1000달러(약 346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시세가 출렁거렸다. /연합뉴스

하지만 FBI가 해커들의 가상화폐 지갑을 찾고, 비트코인 대부분을 회수하면서 시장은 가상화폐의 보안 신화가 깨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블룸버그는 “FBI가 (비트코인을 활용한) 온라인 범죄자가 해외에 있다고 해도 공권력이 이를 추적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고 했다.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은 비트코인 시세가 순식간에 폭락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매도되도록 설정한 매물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3만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투매 현상이 나타나 2만달러까지 내려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