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결제 수수료 독점 논란이 한창인 지금, 애플이 국내 앱스토어 관련 매출을 공개했습니다. 애플은 3일 한국에서 앱스토어를 통해 창출된 매출이 149억달러(약 16조6000억원)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매출 6430억달러(약 713조8000억원)의 2.3% 수준이라는 게 애플의 설명입니다. 애플이 한국 시장 앱스토어 매출을 따로 분류해 공개한 것은 처음입니다.

애플의 지난해 전체 매출이 2745억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앱스토어 연 매출이 6430억달러라는 건 무슨 말일까요? 앱스토어에서 이뤄진 앱 내 결제뿐 아니라 입점한 사업자 매출까지 다 더한 것입니다. 예컨대 쿠팡·마켓컬리 같은 업체의 전체 앱 매출이 포함된 겁니다.

애플은 왜 이렇게 수치를 부풀려 발표한 것일까요? 애플은 앱 스토어에서 수수료로 30%를 떼어 갑니다. 앱 개발자들이 “통행세치고는 너무 비싸다”고 반발하면서 미국에선 법정 소송도 벌어졌습니다. 이번 수치를 두고 “앱 스토어를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을 강조하고, 애플이 거둬가는 수수료 액수는 숨기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내 매출 149억달러 중 애플이 최대 30%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은 ‘디지털 상품 서비스 분야’입니다. 게임 아이템 인앱 구매, 각종 구독 서비스, 유료 앱 매출 등입니다. 이들 서비스의 전체 매출은 15억달러(약 1조6000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번에도 수수료 부과 대상의 매출과 수수료 수입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앱 장터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자, “우리는 소규모 개발자와 상생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도 지난해 100만달러 이상 매출을 올린 개발자 중 42%가 2015년에는 100만달러 미만을 버는 소규모 개발자였다고만 밝혔습니다. 사업자들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성장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앱 스토어 관련 매출 공개는 수수료 논란은 피하고, 앱 스토어의 경제 기여도만 보여주려는 철저한 ‘애플식 계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