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부동산 투자와 재테크 조언을 잘 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최모(34·여) 과장은 올 초 프리랜서 중개 서비스 ‘크몽’에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PDF 전자책 두 권을 올렸다. 각각 ‘직장 초년생을 위한 첫 집 고르는 법' ‘이벤트로 금융사 포인트 챙기기'라는 제목이다. 또한 비슷한 서비스인 ‘숨고’에는 이메일과 카카오톡을 이용한 비대면 강의와 상담 코너를 열었다. 지난 석 달간 110만원을 벌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휴업이 늘면서 직장인들이 여러 가지 부업을 겸하는 ‘N잡러’로 변신하고 있다. 지식공유 서비스 해피칼리지가 최근 직장인 10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한 직장인 49.2%가 N잡러였다. 부업으로 벌어들인 평균 수입은 월 95만원에 달했다. 이들 N잡러를 겨냥한 일감 알선, 온라인 쇼핑몰 개설 서비스와 세금 신고 서비스 같은 IT 서비스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코로나 이후 N잡러 폭증

디자인·IT프로그래밍·영상편집 같은 다양한 파트타임 일거리를 알선해주는 크몽·숨고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크몽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3월 10만개가 조금 넘던 등록 서비스 수가 현재 25만개까지 늘었다. 박현호 크몽 대표는 “과거에는 전업 프리랜서가 대부분이었는데, 직장인들이 프리랜서로 등록하면서 전문가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48시간 내 원하는 서비스를 매칭해주는 숨고는 등록 전문가 57만명 중 절반 이상이 N잡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N잡 시장에서는 ‘강의'의 인기가 뜨겁다. 주식·가상화폐·부동산 투자부터 배달 대행 알바 하는 법까지 가르칠 수 있는 건 전부 가르치는 식이다. 크몽은 지난 3월 아예 돈 버는 강의나 책을 팔 수 있는 ‘머니플러스’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크몽에 올라와 있는 강의 관련 전자책만 2000여권에 달한다. 노하우 공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서비스도 있다. ‘해피칼리지’는 업무 기술, 취미, 경험 등을 전자책, MP3 파일로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했다. 현재 1400명이 3200개 클래스를 열었고, 누적 수강생은 2만8000여 명에 이른다.

◇쇼핑몰 창업부터 세금 납부까지 IT로

온라인 쇼핑몰도 직장인 부업으로 인기다. 네이버의 쇼핑몰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에는 지난해 3월 이후 월 평균 3만3000개의 쇼핑몰이 새로 생겨났다. 이전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 네이버는 이 중 상당수가 직장인 부업인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스토어의 강점은 상품을 물건을 직접 소싱하지 않고도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물건을 자신의 쇼핑몰에 연동해 놓으면, 판매·배송·고객 응대를 전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해준다. 쇼핑몰 플랫폼 ‘메이크샵’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도 지난해 3월 무재고 창업 서비스 ‘쉽투비’를 출시했다. 현재 4000곳 이상 온라인 쇼핑몰이 쉽투비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N잡러를 위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다. AI(인공지능) 세무회계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지난해 5월 선보인 ‘삼쩜삼’은 1년 만에 세금 환급액 700억원을 돌파했다고 최근 밝혔다. 57만명이 인당 평균 12만4500원을 환급받아 간 것이다. 서비스 이름은 프리랜서 종합소득세율 3.3%에서 착안했다. 이 회사 김범섭 대표는 “보통 N잡러는 일반 직장에서처럼 조직이 알아서 세무관리를 해주지 않다 보니, 세금 신고 기간을 놓쳐 과태료를 물거나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삼쩜삼은 웹이나 모바일 사이트에 접속해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자신이 얼마나 세금을 더 냈는지 혹은 덜 냈는지를 단번에 조회해준다. 이달 종합소득세 정기신고 서비스가 시작된 후, 일평균 6만3000명이 가입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