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한미 정상회담 전날인 오는 20일(현지 시각) 지나 레이먼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소집한 ‘반도체 대책 화상 회의'에 참석한다. 미국 인텔·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포드·GM 등 자동차 기업들이 초청된 이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 청구서'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2021년도 1분기 영업이익이 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19% 증가한 것으로 밝힌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뉴시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운드리 라인 두 곳을 증설하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텍사스 오스틴, 뉴욕 버펄로,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을 후보지로 물색해왔다.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20조원)로, 현재로선 기존 라인이 있는 오스틴이 유력하다. 이번 회의와 정상회담을 계기로 투자 계획을 내놓는다면,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로선 미국의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가 된다.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이 미국 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건 퀄컴·AMD·테슬라 같은 초대형 고객사들을 잡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들이 미국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도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는 360억달러(약 40조원)를 들여 미국에 초미세 공정이 적용된 첨단 반도체 공장을 6개 세울 계획이다. 인텔도 지난 3월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현지에서 경쟁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차·기아도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도심항공기(UAM), 수소 인프라 구축, 로보틱스, 자율주행 분야 사업에도 뛰어든다. 바이든 정부의 ‘그린 뉴딜’과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데다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 등을 방문하며 대규모 투자 결정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