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데이터센터를 가상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데이터센터 바깥에는 대형 서버실과 비상용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는 마법 구름도, 한 대의 수퍼컴퓨터도 아닙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있는 수백만 대 컴퓨터가 긴밀하게 연결해 만들어낸 가상 공간입니다.”

지난 14일 오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데이터센터 내부를 최초로 공개했다./마이크로소프트

지난 14일 오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 로비. 기자가 입장을 위해 보안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벽에 걸린 TV에서 클라우드 소개 영상이 흘러나왔다. MS 시설 중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곳인 만큼, 체크인 데스크와 전신 금속탐지기, 손바닥 인식 시스템, 일방통행 보안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크 러시노비치 MS 애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말했다. “출입 절차는 다 통과하셨나요? 서버실로 가시죠.”

◇극비시설 데이터센터 메타버스로 공개

MS 가상 데이터센터의 배치도. /마이크로소프트

MS가 자사 데이터센터 내부를 최초로 공개했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세계 고객들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특급 보안 시설이다. 철통 보안은 기본이고 정확한 위치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위에 가상 데이터센터를 새로 구축해 언론에 공개했다. 전세계 60여곳에 있는 데이터센터 리전(단지)을 혼합해 만든, ‘메타버스(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데이터센터인 것이다. 본지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이번 데이터센터 가상 투어에 참여했다.

서버실로 들어갔다. 러시노비치 CTO는 “MS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 저장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고 했다. 좌우로 수천 대의 서버용 컴퓨터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MS는 세계 곳곳에 400만 대가 넘는 서버용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안에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와 SSD(대용량 저장 장치)만 4000만 대가 넘는다. 저장용량의 총합은 40엑사바이트로, 영화 100억 편(한 편에 4기가바이트 기준)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버실은 항상 섭씨 21~27도를 유지한다. 서버 성능이 최고로 발휘되는 온도다. 가상으로 참여한 기자는 느낄 수 없었지만, 24시간 내내 ‘터널에서 솔솔 불어오는 듯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다고 MS 측은 설명했다. 전 세계 400만대가 넘는 데이터센터 서버는 약 26만5542km 길이의 케이블로 촘촘히 연결돼있다. 지구를 6바퀴 반을 돌 수 있는 길이다.

서버용 컴퓨터가 좌우로 늘어선 서버실 내부의 모습./마이크로소프트

밖으로 나가니 흰색 구형 안테나가 보였다. 인공위성이 수집하는 지구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인공위성 통신과 제어를 지원하는 우주 클라우드 서비스다. 대형 풍력발전기도 보였다. MS 측은 “정전이 발생하면 48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 백업 시설”이라고 했다. MS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계획도 공개했다. 2025년까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교체하고, 수소연료전지 같은 에너지 혁신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했다.

MS의 실제 데이터센터 리전 전경. 인공위성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구형 안테나도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MS는 올해 의욕적인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을 밝혔다. 노엘 월시 부사장은 “올해 최소 10국에 데이터센터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매년 50~100개의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각 나라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클라우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월시 부사장은 “팀즈, 아웃룩, 엑셀 같은 MS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사용되는 시간의 합이 매일 300억 분에 이른다”고 했다. 현재 MS는 서울·부산을 포함한 전 세계에 데이터센터 리전 60여 곳을 갖고 있다. 경쟁사인 아마존(AWS)과 구글의 리전 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2018년에는 영국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해저 데이터센터를 설치했다.

MS가 영국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해저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모습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 치열…반도체 부족이 변수

MS·아마존·구글 같은 글로벌 IT 공룡들은 치열한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20곳이 쓴 돈은 990억달러(약 108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16% 증가한 수치로, 대부분 데이터센터 구축과 확장에 쓰였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글로벌 대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같은 서버용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MS도 “반도체 부족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설계와 제조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세종시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카카오는 오는 6월 경기 안산시에 첫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NHN도 광주광역시와 경남 김해시에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