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마이크로소프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있는 김성민 기자입니다. 최근 들어 가장 뉴스거리를 많이 생성하는 빅테크 기업은 어딜까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AR 기기인 홀로그램 미 육군 공급 소식, 음성인식 업체 뉘앙스 인수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는 실리콘밸리를 연일 들었다 놨다 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도 2조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조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시가총액.

IT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12~18개월 사이에 많은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거대 IT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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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화살 피한 마이크로소프트, 과감한 사업 드라이브

◇Q1: 요즘 이 회사 뭐하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빌게이츠가 1975년 세웠고 미국 워싱턴주에 본사가 있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인 MS도스, 윈도 등을 출시하며 전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공룡이 됐습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는 운영체제인 윈도 판매, 둘째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MS오피스 구독 서비스, 셋째는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최근에는 게임기 X박스를 필두로 게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연합AP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음 핵심 사업은 무엇이 될까요? MS의 거침없는 기업 인수합병에 답이 있습니다. MS는 지난 12일(현지시각)엔 음성인식 기술 전문 업체 ‘뉘앙스커뮤니케이션즈’를 197억달러(약 22조원)에 인수했습니다. SNS도 노리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2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온라인 메신저 플랫폼인 ‘디스코드’를 100억달러(약 11조원)에 인수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31일에는 미국 육군에 AR(증강현실) 헤드셋 홀로렌즈 12만개를 향후 10년간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게임기인 엑스박스를 클라우드 서버와 연계한 ‘엑스클라우드’를 이번 주에 아이폰과 PC용으로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를 끼고 훈련하는 미군. /연합AFP

◇Q2: 유독 마이크로소프트만 공격적 M&A에 나서는데?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격적 인수합병 배경에는 정치적·사회적 상황이 있습니다. 미국 의회와 조 바이든 행정부는 GAFA로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반독점 이슈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반독점 제재 위기에 몰린 GAFA는 실제로 요즘 별다른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규제를 받을 판인데 몸집을 더 키우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GAFA보다 자유롭습니다. 이미 20년 전 반독점 규제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1998년 MS는 델 등 PC 제조회사와 담합해 인터넷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높였습니다. 이는 반독점 규제를 받았고, MS는 “다시는 담합하지 않겠다”며 각종 예방책을 제시해 가까스로 기업 분할을 모면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미 의회가 만지작거리는 반독점 규제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살짝 벗어나 있습니다. 미 의회의 1차 목표는 GAFA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들이 반독점 규제에 막혀 머뭇거리는 사이 시장 장악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것이죠. 미 CNBC는 지난 12일 “경쟁자들이 규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이크로소프트

◇Q3: MS는 무엇을 노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잇단 인수합병은 미래 시장 개척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해석됩니다. 이번에 인수한 회사 뉘앙스는 음성인식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곳입니다. 아이폰의 음성인식 시리(Siri) 초기 버전에 이 회사의 기술이 들어갔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회사를 사는 데 2016년 링크드인(262억달러)에 이은 역대 2번째로 많은 돈을 썼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뉘앙스 인수로 헬스케어 시장을 강화한다는 전략입니다.

뉘앙스는 의사의 말을 알아듣고 자동으로 텍스트로 기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의사들은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음성인식 기술은 이를 커버하지 못하죠. 뉘앙스에 따르면, 내과 의사의 55%, 방사선 전문의의 75%, 병원의 77%가 뉘앙스 솔루션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의료 음성인식 기술 기업 뉘앙스. /뉘앙스 유튜브 캡처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러한 인수는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사업과 AI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블룸버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뉘앙스 인수로 의료 AI 기술을 확보했다”며 “환자 요구를 예측하고 병원 기록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돕는 기술”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SNS 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AI와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위한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음성 SNS인 디스코드에 눈독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스코드 인수 추진이 중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인수합병이 실패한 것이죠. 디스코드는 게임에 초점을 맞춘 SNS로, 음성, 텍스트, 비디오 채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스코드를 인수해 비디오 게임과 SNS 시장에서 기반을 다지고, 이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스코드 대신 다른 SNS를 인수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IT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지난 1년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급성장했습니다. 작년 4분기(10~12월)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은 1년 전보다 17% 늘어난 430억7600만달러(약 47조4000억원)였습니다. MS 분기 매출이 4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입니다. 순이익은 1년 전보다 33% 늘어났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사업을 밝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모멘텀은 성장기를 맞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마존과 ‘황금 클라우드 파이’를 두고 경쟁하며 IT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