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툴 팀즈로 화상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코로나로 원격 근무가 보편화한 지 1년, 직장인 4명 중 3명은 원격 근무가 지속되길 바라고 경영자 3명 중 2명은 사무실 공간 재설계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2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간 업무동향지표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난 1년간 일이나 직장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 대한 필요성이 극대화됐다”고 밝혔다.

MS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31국 직장인 3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MS 오피스 등 업무용 프로그램, 자회사인 링크드인(구인 구직 플랫폼)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원격 근무가 회의와 이메일 전송 횟수를 줄였을까? 답은 ‘아니요’였다. MS가 자사 오피스, 업무용 툴 팀즈, 이메일 프로그램 아웃룩 등을 분석해본 결과, 지난 2월 한 달간 업무 미팅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148% 늘어났다. 업무 관련 채팅과 문서의 양도 각각 45%, 66% 증가했다. 이메일 양은 406억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팀즈로 소집된 회의의 62%는 예정되지 않은 ‘긴급 회의’였다. MS는 이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의 폭격”이라며 “팬데믹(대유행) 기간 업무 강도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동향지표를 통해 사람들이 지난 1년간 업무 목적의 회의, 채팅, 이메일 등으로 보내는 시간이 지속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

MS는 “직장의 물리적 개념이 곧 사라질 것이며,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이 근로자들의 입사와 퇴사, 그리고 근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근로자 73%는 “현재의 원격 근무 옵션이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지속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회사 대표들도 고민에 빠졌다. 경영자 66%는 “원격 근무 환경을 갖추기 위해 물리적 공간 재설계를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사무실 공간 개편이 확산하고 있다. SK텔레콤·LG이노텍 등 대기업들은 수도권 곳곳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다. 부동산 스타트업 직방은 전 직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서울 강남 사무실을 회의와 미팅 중심의 라운지 형식으로 개편했다.

또 많은 직장인이 원격 근무 트렌드에 맞춰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41%는 “올해 현 직장을 퇴사할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46%는 “원격 근무가 가능해져 지금 사는 곳에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굳이 직장 근처에서 비싼 주거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재택근무가 장기화하자 집값이 비싼 실리콘밸리를 떠나 교외로 이사 가는 IT 기업 종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인 시장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 링크드인에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을 구하는 게시글이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제라드 스파타로 MS 부사장은 “원격 근무의 확산으로 책상과 집을 옮기지 않고도 이직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인재들이 구직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회사가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유연한 근무 환경을 갖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