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콘택트렌즈 제조업체 인터로조의 제2공장. 연면적 1만579㎡(약 3200평) 크기 공장에는 자동화된 35개 생산 라인에서 갈색 컬러렌즈가 틀에 담겨 쏟아져 나왔다. 사람 대신 로봇팔이 렌즈를 틀로 옮겨 분리하고 있었다. 공장 구석에서는 직원 수십 명이 현미경같이 생긴 조사 장비로 렌즈를 검수하고 있었다. 이 업체의 노시철 대표는 “말랑말랑한 소프트렌즈 특성상 렌즈 100개를 만들면 도수가 다른 제품이 30개는 나와 이를 분류하기 위해 임직원 550여 명 중 3분의 1을 검수 인력으로 둘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3월 준공하는 제3공장은 AI(인공지능)를 도입한 스마트팩토리로 건설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평택 '인터로조' 공장에서 노시철 대표가 자사의 클라렌 콘택트렌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인터로조는 이달 본격 가동하는 제3공장을 인공지능(AI)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해 생산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박상훈 기자

◇국산 컬러렌즈 1위 클라렌,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인터로조는 소프트렌즈 브랜드 ‘클라렌’으로 알려진 강소기업이다. 배우 배수지와 아이돌 그룹 잇지(ITZY)를 광고 모델로 써 MZ세대 사이에서 친숙한 브랜드다. 6000억원 규모인 국내 소프트렌즈 시장에서 아큐브(존슨앤드존슨 비젼)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산 컬러렌즈 분야는 1위다. 지난해 매출은 882억원, 영업이익은 151억원이다. 매출의 65%는 일본·유럽·중동 등 해외 수출에서 발생한다.

인터로조도 지난해 코로나 충격은 피해 갈 수 없었다. 5월 들어 주문량이 40%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대비 4.7%, 영업이익은 33.1% 하락했다. 노 대표는 “코로나로 사람들이 외출을 안 하다 보니 우리 회사 주력인 컬러렌즈 매출이 확 줄었다”고 했다.

소프트렌즈는 붕어빵처럼 틀에 찍어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틀(생산라인)에 입력한 도수가 얼마나 정확히 나오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적중률이다. 문제는 틀과 렌즈 모두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라 물렁물렁하다는 것이다. 조영안 생산본부장은 “도수를 다르게 하려면 1000분의 1㎜ 단위로 둥그런 렌즈 표면을 가공해야 하는데 소재 특성상 입력했던 도수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현재 소프트렌즈 공정의 도수 적중률은 70% 수준이다. 나머지 30%는 ‘악성 재고’가 된다.

◇AI 도입해 렌즈 공정 고질적 문제 해결

노 대표는 소프트렌즈 업계의 고질적인 적중률 문제를 AI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달 본격 가동하는 1만4200㎡(약 4300평) 규모의 3공장을 AI를 도입한 스마트공장으로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공장 이름도 스마트공장의 앞글자를 딴 ‘S관'이다

인터로조는 지난해 9월 중소벤처기업부의 AI 제조혁신 플랫폼(KAMP) 사업에 지원해 12주간 렌즈 공정을 개조하는 작업에 나섰다. 먼저 공장 라인별로 쌓이는 제조 데이터를 대형 서버에 수집할 수 있도록 기계를 연결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어 AI 분석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경험으로 습득한 데이터값을 렌즈 공정에 입력했다. 하지만 AI는 12주간 인터로조 공장서 발생한 데이터를 모조리 분석해 사람이 제시한 것과 다른 공정값을 제안했다. 조 본부장은 “AI를 적용했더니 적중률이 95%까지 올라갔다”며 “이로써 악성 재고 비용을 연간 11억원가량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인터로조는 매월 200GB(기가바이트)가량 쌓이는 데이터를 분석해 더 정밀한 수요 예측을 하고 공정 수율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노 대표는 “스마트 공정을 도입한 3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소재(실리콘하이드로겔) 렌즈를 앞세워 올해 매출 목표 12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