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루플 사무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플 김용덕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루플 사무실. 김용덕(48) 대표가 휴대용 조명기기 ‘올리’를 들어 보였다. ‘디지털 햇빛’을 쏘아서 잠이 깨도록 하는 제품으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김 대표가 조명을 비스듬히 눕히자, 자동으로 하얀색 불빛이 켜졌다. 그는 “이 빛은 자연의 햇빛과 매우 유사한 파장을 갖도록 설계됐다”며 “아침 해처럼 뇌를 깨우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노트북 제품을 개발하는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다 2017년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을 통해 루플을 창업했다. 그는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중학생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를 많이 마신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좀 더 좋은 방법으로 뇌를 깨울 수 없을까 하고 관련 논문들을 뒤지다가 아이템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람 눈에는 햇빛의 특정 파장을 흡수해 뇌로 하여금 몸을 각성 또는 이완시키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세포가 있다”며 “이 세포가 반응하는 빛의 파장을 LED가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우리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현재 올리는 백색광으로 사람을 깨우는 제품과 노란 빛으로 불면증 개선을 돕는 두 가지 제품이 출시됐다. 김 대표는 “야외 활동이 줄고 생활이 불규칙한 현대인들은 각자 ‘자기만의 태양’이 필요하다”며 “간호사·반도체 공장·새벽 배송기사 같은 직종의 사람들이 신체 리듬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루플은 2019년 7월 C랩에서 독립했고, 지난해 매출은 1억원 정도다. 김 대표는 “CES 수상 이후 북유럽과 영국 등에서 우리 제품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올해는 매출 20억원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선 우울증 치료 등에 특정 파장의 빛을 사용하는 제품이 일찌감치 출시돼왔다”며 “하지만 덩치도 크고 빛의 파장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진다”고 했다. 올리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