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2일 SK텔레콤 이사회에서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 계획안을 의결하고,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키는 안이 유력하게 추진됐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에 정통한 재계 고위 인사는 1일 “지난 연말만 해도 올해 초 인적 분할이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점검해야 할 이슈들이 많아 연기됐고 내용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3월 정기 주총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상당히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천 M16 공장 준공 SK텔레콤이 현재 계획 중인 중간지주회사는 기존 통신사업(가칭 SK텔레콤1)과 SK하이닉스 등을 자회사로 둔 투자회사(SK텔레콤2)로 인적 분할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사진은 1일 준공식이 열린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M16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SK텔레콤은 왜 인적 분할을 꿈꾸나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인 SK㈜가 SK텔레콤 지분(26.8%)을 소유하고,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20.1%)을 갖고 있는 형태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SK㈜ 지분 18.4%를 갖고 SK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지난해 매출 31조9000억원, 영업이익 5조원을 거둔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의 손자회사다.

SK하이닉스는 이런 구조 때문에 투자에 제약을 많이 받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경우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 국내 유망 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할 경우 ’100% 지분 소유' 조항이 번번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선제적 대규모 투자와 M&A가 필수인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이다.

주식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통신회사가 반도체 회사를 갖고 있는 것이 무슨 시너지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재계 인사는 “LG화학 분할의 경우도 미래 유망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화학 분야와 묶여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측면이 강했다”며 “SK도 텔레콤과 반도체 부문을 따로 떼어서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SK텔레콤을 인적 분할해서 이동통신사업(가칭 SK텔레콤 1)과 투자회사(SK텔레콤 2)로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SK텔레콤 1’은 유선통신 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관련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SK텔레콤 2’는 SK하이닉스, 11번가 같은 반도체·커머스 중심의 뉴비즈 사업을 자회사로 두는 것이다. 투자회사가 된 SK텔레콤2는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 등에서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중심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투자회사가 된 ‘SK텔레콤 2’가 SK㈜와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SK㈜는 인적 분할로 발생한 텔레콤 1 지분을 텔레콤 2에 현물 출자하고 텔레콤 2 지분을 더 받는 형태이다. 다만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경영권이 약화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간지주회사 전환, 올해가 마지막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지난 2018년 10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공식화했다. 하지만 2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올해 안에 중간지주사 전환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비율이 20%에서 30%로 높아진다. 이 경우 SK텔레콤은 하이닉스 지분 보유 비율을 현행 20.1%에서 30%로 높여야 하는데, 현재 주가 기준으로 9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 지주회사 전환 시 과세 특례 규정도 올해 말이면 끝난다. 양도 등으로 자산 손바뀜이 있으면 정부에서 세금을 걷는데,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예외로 둬 전환을 촉진시켰다.

재계 고위 인사는 “올해로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는 상황이지만, 인적 분할이 이뤄진 뒤 주가가 떨어지는 등 시장에서 냉담한 반응이 나오면 경영상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막판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