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사장이 MC사업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LG전자가 6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20일 “스마트폰 사업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 경영진의 뜻”이라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부를 축소해 다른 사업부로 편입시키거나 매각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ES에서 호평을 받은 롤러블(돌돌 말리는)폰 등 일부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만 남겨두는 방안, 해외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주말부터 증권가와 IT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오는 26일 공식 발표가 예정돼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직원들의 동요가 심해지자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이날 MC사업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면서 “향후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는 대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CEO가 직접 중대한 사업상 결정이 임박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가 5조원에 이른다. LG전자는 2019년 스마트폰 국내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했다.했다. 또 2017년 5000명 수준이던 인력을 지난해 3700명까지 줄이며 반등을 위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LG 벨벳, LG 윙 등 야심 차게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위권까지 떨어졌다. 한때 초콜릿폰, 샤인폰 등 글로벌 히트작으로 LG그룹을 먹여 살렸던 휴대전화 사업이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3조19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증권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업 적자가 없었다면 4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IT업계에서는 LG전자가 인공지능, 스마트홈, 사물인터넷의 핵심기기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계속 손해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이나 프리미엄 가전, TV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화되면서 이날 LG전자의 주가는 전날보다 12.84% 오른 16만7000원에 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