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市)에서 새너제이시에 걸쳐있는 실리콘밸리. /조선DB

코로나 사태가 미국 IT 산업의 투자 경향을 바꾸고 있다. 첨단 IT 기업들이 몰려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내 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오스틴, 애틀랜타 등으로 투자가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테크 조사·분석 회사인 피치북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미국 VC(벤처투자사)들이 진행한 투자 중 22.4%가 실리콘밸리에서 이뤄졌다. 2018년엔 24.4%, 2019년엔 23.4%였다. 올해는 더 줄어 2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일 스탠퍼드 피치북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실리콘밸리 ‘엑소더스(대탈출)’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개인 소득세율이 최고 13.3%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다. 법인세율도 8.84%에 달한다. 원격 근무 등으로 충분히 생산성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있다. 작년 12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에서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고, IT 서비스 업체인 HPE도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텍사스 휴스턴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전체 자금의 70%를 투자해오던 벤처캐피털 8VC도 오스틴으로 옮겼다. 실리콘밸리 대신 오스틴,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시애틀 등은 VC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시애틀에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 사나바이오테크놀로지는 작년 여름 4억3500만달러(약 4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쉽게 그렇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유되는 현장과 혁신 아이디어에 과감히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의 근거지이다.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역사학과 교수는 작년 12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캘리포니아는 일부 스타 기업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영원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