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자란다’는 대학생 베이비시터 기업이다. 베이비시터는 ‘이모님’이 한다는 편견을 깨고, 과목별 특기가 있는 대학생 등 젊은 선생님을 선발해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과 연결해준다. 선생님이 부모가 없는 동안 아이를 보면서 영어·수학·미술·음악 등의 교육까지 하는 것이다. 2016년 창업한 이 기업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급성장했다. 학원에 어린아이를 보내기 어려워진 부모들이 자란다의 젊은 베이비시터를 경쟁적으로 찾은 것이다. 부모 회원은 최근 10만명을 돌파했고, 등록 교사는 6만명에 이른다. 교사들이 지금까지 아이를 돌본 시간은 20만 시간을 넘어섰다. ‘자란다’는 최근 투자를 받으면서 수백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교재·완구 등을 매칭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란다 장서정 대표. /자란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스타트업 업계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주목받는 업종 트렌드가 바뀌었고, 오프라인에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스타트업 업계로 유입되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이 기회를 얻었다. 올해 스타트업 업계의 5대 트렌드를 정리했다.

◇①비대면 서비스 스타트업 전성시대

‘구루미’는 토종 화상 설루션 기업이다. 최대 100명이 한 화면에 나와 다른 참여자들 모습을 보며 자유롭게 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 비대면 콘퍼런스나 웨비나(온라인으로 열리는 세미나)는 한 번에 10만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재택근무나 각종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구루미를 켜놓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공부나 일을 하는 것이다. 구루미 이랑혁 대표는 “집에서 일이나 공부를 하면 나태해지기 쉬운데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자극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1월 기준 월 매출이 작년 같은 달 대비 33배나 늘었다. 구루미처럼 비대면 관련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이 올해 크게 성장했다. 집으로 진단 키트를 배송받아 소변 등을 담아 보내면 원격으로 성병 감염 여부를 진단해 알려주는 ‘체킷’, 손님이 직접 바코드를 찍을 필요 없이 물건을 들고 나가는 순간 결제가 되는 무인 매장 기술 기업 ‘트라이큐빅스’ 등이 대표적이다.

구루미 이랑혁 대표. /구루미

◇②창업 연령 다양화

스타트업 ‘하이’의 김진우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다. 불안장애, 치매 등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정신 건강 관리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교수 신분으로 창업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주최한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 출전했다. 이 무대에는 공교롭게도 그의 수업을 들은 바 있는 연세대 제자들이 경쟁팀으로 함께 나왔다. 행사를 개최한 디캠프 관계자는 “스승과 제자가 이른바 계급장 떼고 경쟁하는 이색적인 풍경이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은 젊은 층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엔 창업 열기가 확산되면서 창업 경진대회마다 중장년층 출전팀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사진 오른쪽부터 '픽셀릭' 정상용 대표, '하이' 김진우 대표, 픽셀릭 김현준 이사. 세 사람은 연세대 사제지간이다. /픽셀릭

◇③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

스타트업 생태계가 진화하면서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 창업도 늘었다. 자체적으로 복지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스타트업을 위한 사내복지 설루션 기업 ‘달램’,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디자이너 간의 협업을 돕는 ‘픽셀릭’, 소규모 기업에 정보 보안 서비스를 공급하는 ‘월간해킹’, 자동으로 회사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을 도와주는 ‘유펜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달램 신재욱 대표. /달램

◇④맞춤형 서비스 심화

코로나로 작은 결혼식(스몰웨딩)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데 이름만 작은 결혼식일 뿐 비용은 웬만한 예식장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다. ‘오딩’은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등 사전 준비부터 결혼식장 섭외까지 결혼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스몰웨딩에 맞도록 저렴한 가격에 대행해준다. 이처럼 기존 서비스가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필요를 맞춰주는 이른바 니치(틈새)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고객의 얼굴형을 그대로 스캔해서 3D 프린터로 얼굴에 딱 맞는 안경을 만들어주는 브리즘 등이 있다.

3D프린터로 맞춤형 안경을 만드는 모습. /옵틱

◇⑤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확대

코로나로 면역력 증강 등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헬스케어 스타트업들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 등 데이터에 기반해 맞춤형으로 영양제를 보내주는 ‘알고케어’, 발바닥의 빈 공간만 딱 채워주는 맞춤형 깔창을 만드는 ‘나인투식스’, 전용 기기를 통해 내 몸 상태에 맞는 맞춤형 운동을 조언하는 ‘피트메디’ 등이다. 디캠프 관계자는 “코로나 전에는 ICT 서비스, 핀테크, 커머스 등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헬스케어, 제조 등 분야 투자가 많이 늘었다”며 “시장 전체적으로 자금이 풍족한 편이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인투식스 기희경 대표. /나인투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