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데이터센터 내부 전경.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이자, 미국 아마존에 이어 세계 2위의 클라우드(원격 컴퓨터) 서비스 업체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를 대체할 자체 반도체를 개발키로 했다. 지난달부터 맥북 등 PC 제품에 인텔 제품 대신 자체 개발 CPU를 쓰기 시작한 애플에 이어, 인텔의 맹우(盟友)였던 MS까지 ‘탈(脫)인텔’ 행보에 나선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 시각) “MS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자사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컴퓨터용 CPU를 직접 개발한다”고 보도했다. MS는 서버용 컴퓨터뿐만 아니라 태블릿 겸 노트북 PC인 ‘서피스’에 이 CPU를 쓰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인텔 주가는 6.3% 폭락했다.

◇위기 처한 ‘윈텔 동맹’

MS의 CPU 자체 개발 소식은 IT(정보기술) 업계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세계 산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동맹이었던 MS와 인텔의 이른바 ‘윈텔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윈텔은 MS의 ‘윈도’ 운영체제와 인텔 CPU를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두 회사는 1980년대 초반 IBM이 16비트 컴퓨터 기술의 표준을 확립한 이후 CPU 등 하드웨어 기술은 인텔이, 윈도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기술 표준은 MS가 주도하는 긴밀한 분업 관계를 맺어왔다. 이 과정에서 각각 상대의 기술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였고, 전 세계 CPU와 운영체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해 왔다. 윈도 PC에 붙어 있던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로고가 그 상징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윈텔 동맹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텔의 CPU 기술은 전력 소비가 커 작은 배터리에 의존하는 스마트폰에 적합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ARM 기반 CPU의 성능이 크게 높아지면서 윈텔 동맹은 결정타를 맞았다. 5G(5세대 이동통신) 보급, 신종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가 급증하자,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기업들마저 비슷한 성능에 전기를 덜 쓰는 ARM 기반 CPU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인텔 제국

세계적 IT 기업들이 인텔 제품 대신 자체 개발 CPU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8년부터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아마존웹서비스)용 CPU를 자체 개발해 일부 사용하고 있다. 인텔의 기성품보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맞게 자체 개발한 제품의 성능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MS 역시 4~5년 전부터 엔비디아와 퀄컴 등에서 반도체 개발 엔지니어를 꾸준히 영입, 자체 CPU 개발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고객사인 MS와 애플을 잃으면서 내년부터 수조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서의 견고한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인텔은 여전히 PC와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 1위이지만 후발 업체 AMD에 추격당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기술도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에 멈춰 있다. 사업 전반이 흔들리면서 인텔은 최근 낸드 사업부를 SK하이닉스에 팔았고, 전원관리(PWM) 반도체 사업부 ‘엔피리온’도 조만간 대만 미디어텍에 매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