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통신박람회장의 화웨이 부스 /AP 연합뉴스

중국이 점점 반(反) 화웨이 정서가 강해지고 있는 유럽 통신 시장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4일 중국과 이탈리아 외신에 따르면 ZTE의 후쿤 부총재가 최근 “이탈리아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에 앞으로 5년간 10억 유로(약 1조 3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14일에는 토마스 먀오 화웨이 이탈리아 대표가 추가로 “이탈리아 5G에 3년간 31억 달러(약 3조 38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합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우리나라 통신 3사의 연간 5G 투자액과 맞먹는다. 통신장비업체가 먼저 해외 특정 국가의 통신 인프라에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유럽 시장을 지키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ZTE 역시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통신장비 기업이다. 다만 화웨이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아 왔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일대일로) 전략에 가장 먼저 참여한 EU국가다. EU 주요국 중 중국인 이민이 가장 많은 국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중국 통신 장비 사업자들의 유럽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화웨이가 지난해까지 이탈리아에 투자한 돈만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가 넘는다.

하지만 최근 이탈리아마저도 반중, 반화웨이 기조가 두드러지면서 1위 통신 업체인 TIM(텔레콤이탈리아)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또 10월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통신회사 페스트웹(Fastweb)에 “5G 장비 공급선을 다양화하라”며 화웨이의 5G 장비 도입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탈리아통신산업협회(Asstel)와 이탈리아 국회 국가보안위원회 등은 여전히 “중국와 이탈리아의 개방적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여전히 중국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계속 중국과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5G 장비의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5G투자 비용을 아끼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43.7%, 에릭슨 20.7%, ZTE 16.4%, 노키아 10.1% 순서였다. 하지만 미국의 화웨이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3분기에는 화웨이 32.8%, 에릭슨 30.7%, ZTE 14.2%, 노키아 13.0%로 에릭슨이 화웨이를, 노키아가 ZTE를 거의 따라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