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블랙핑크 등으로 대표되는 K팝, ‘이태원 클라스’와 ‘사랑의 불시착’ 같은 K드라마에 이어, 5G(5세대 이동통신) 콘텐츠가 이른바 ‘K콘텐츠 산업’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통신 업계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킬러 콘텐츠'로 K팝 아이돌 콘텐츠와 AR(증강 현실)·VR(가상 현실) 콘텐츠를 개발해왔다. 이것이 해외 시장에서 잇따른 러브콜을 받고, 일본과 중국, 대만에 이어 동남아까지 진출 국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5G K콘텐츠 로드’가 놓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국내 통신업계가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용으로 개발한 '5G 콘텐츠'가 이른바 'K콘텐츠' 산업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K팝 스타를 내세운 LG유플러스의 '아이돌 라이브'. /LG유플러스
지난해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국내 통신사 5G 기반 AR·VR 콘텐츠를 체험하는 모습. /LG유플러스

◇아시아 휩쓰는 한국산 5G콘텐츠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달 중 태국의 한 통신사와 100억원대 5G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기로 했다. AR·VR등 5G 기반 콘텐츠 판매가 핵심으로, 한국 통신 회사의 5G 콘텐츠와 기술 수출 사례로 단일 건 최대 규모다.

LG유플러스가 해외 통신사에 5G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6번째다. 지난해 10월 중국(차이나텔레콤)을 시작으로 올해 3월 홍콩(홍콩텔레콤), 6월 대만(청화텔레콤), 4월과 9월엔 일본(KDDI)과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총수출액은 1000만달러(약 113억원)에 달한다. 9월에는 미국·일본·중국 등 세계 6국 기업 7개가 함께하는 글로벌 5G 콘텐츠 동맹체 ‘XR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세계적 5G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기 위한 기반도 만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싱가포르 싱텔, 태국 AIS 등 통신사와 ‘게임 플랫폼 합작 회사’를 설립해 최근 5G 게임 커뮤니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점프 AR·VR 앱’을 통해 전 세계 5G 이용자에게 5G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유통 사업’도 펼친다. 이를 위해 해외 주요 국가의 대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과 손을 잡는다. 지난 9월 홍콩의 통신·미디어 기업 PCCW그룹과 5G 콘텐츠 사업 제휴도 한 것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 북미로 점프 AR·VR 출시국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도 지난 4월 대만 통신 기업 파이스톤에 5G 화상 회의 서비스와 영상과 웹툰 수출을 시작했고, 7월에는 차이나모바일 자회사인 미구(Migu)와 5G 콘텐츠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KT는 미국 HBO와 VIKI(비키) 등 글로벌 콘텐츠사와 KT가 투자한 웹 무비 ‘첫잔처럼’의 콘텐츠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KT는 “미주 지역을 비롯해 유럽, 오세아니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첫잔처럼’이 120개 언어로 서비스된다”고 밝혔다.

통신 업계에서는 “5G 신기술의 주요 소비층인 10~30대를 겨냥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K팝 아이돌과 드라마 기반의 AR·VR 콘텐츠가 아시아 젊은이 취향을 잡았다. LG유플러스는 “K팝 아이돌이 등장하는 ‘U+ 아이돌라이브’, AR 기반 홈트레이닝·스포츠 콘텐츠 등에 대한 해외 반응이 좋다”고 했다.

◇확장하는 ‘5G K콘텐츠 로드’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 통신 업계가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5G K콘텐츠 로드’는 더욱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현재 동남아의 다른 통신사 2~3곳과 ‘5G K콘텐츠’ 공급 협상을 시작했다. XR얼라이언스를 통한 미국·유럽 통신사와 5G 콘텐츠 제휴도 논의 중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해외 30여 통신사를 만나면서 LG유플러스가 보유한 ‘5G K콘텐츠’가 해외에서 통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글로벌 5G 콘텐츠 시장은 이제 시작 단계라 우리가 선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최근 5G용 AR·VR 콘텐츠 제작 시설 ‘점프 스튜디오’를 확대·이전하고, 이곳을 통해 생산한 5G 콘텐츠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KT는 국내 K팝 아이돌의 비대면 콘서트 콘텐츠에 이어, 이 회사의 AR·VR기술을 집약한 5G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선 “한국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주도로 일본·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을 관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5G K콘텐츠 로드’가 놓인다”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산 5G 콘텐츠가 파고든 시장으로 콘텐츠 수출 ‘파이프라인’이 생기며 한국산 5G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신(新)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543억달러(약 60조4900억원) 규모인 세계 5G 콘텐츠 시장은 2023년 3641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전 세계 38국에서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됐고, 5G 가입자 수는 1억명을 넘었다”며 “한국산 5G 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커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