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1998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허름한 차고(車庫)에서 구글을 창업하며 내세운 모토다. 당시 세계 곳곳에 휘몰아친 ‘닷컴 버블’의 폐단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22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검색과 스마트폰 운영체제 등 세계 인터넷 산업을 장악한 ‘IT 공룡’이 됐다. 급기야 미국 법무부가 20일(현지 시각) 자유로운 시장 경제를 해한다면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구글을 제소하고 나섰다. 미 법무부는 “20년 전 구글은 혁신적 검색 방법으로 실리콘밸리의 사랑을 받았지만, 오늘날 구글은 인터넷을 독점한 문지기(Gatekeeper)가 돼버렸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1998년 PC 시장과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 반독점 소송 이후 가장 큰 사건으로 꼽힌다.

◇구글이 세운 ‘인터넷 제국’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1619억달러(약 183조2500억원) 매출을 올렸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매출(6조5934억원)의 28배다. 이는 시장 지배력에서 비롯됐다. 구글은 전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 92%를 장악했다. 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7대가량이 구글의 운영체제(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유튜브(동영상), 구글 플레이(앱장터), 구글맵(지도)도 60~70%로 절대적이다. 이를 무기로 구글은 세계 온라인 광고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빨아들이고 있다.

반독점 논란에 휩싸인 IT공룡 구글

미 법무부는 소장에서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하면서 자사 앱을 스마트폰에 사전 장착하도록 해 경쟁사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했다. 특히 애플 아이폰에 구글 검색 엔진을 기본 탑재하는 대가로 최대 120억달러(약 13조5800억원)를 건넸다고 밝혔다. 지난해 애플 매출의 4.6%에 달하는 금액이지만 구글은 미국 내 검색 트래픽 절반을 아이폰에서 얻을 수 있었다.

◇구글의 운명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구글은 사업을 재구성하거나 일부를 분리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검색·동영상·브라우저 등 사업 부문이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98년 MS 사례처럼 합의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당시 클린턴 정부는 MS가 PC용 운영체제인 윈도에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결합 판매 하는 게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기업을 분할하라고 판결했지만 이후 MS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사건이 마무리됐다.

구글 제소는 덩치가 커진 IT 기업에 미국 정부가 본격적인 칼날을 들이대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 2~3년간 페이스북·애플 등 IT 기업에 대해 수차례 청문회를 열고, 반독점 조사도 펼치고 있다. 제프 로젠 미 법무부 차관도 이날 “구글 소송은 획기적인 사건”이라면서도 “이것이 끝(stopping point)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점을 ‘독(毒)’으로 보는 미국

미국은 기업 활동에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신기술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규제를 적용하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선의의 방치’를 해왔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바로 독점이다. 특정 기업의 독점은 시장경제를 죽이는 ‘독(毒)’으로 규정해온 것이다. 구글에 대해서도 “그대로 두면 미국에 다시는 혁신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100년간 미국 정부는 여러 독점 기업을 강제로 분할하는 초강수를 둬왔다. 미국 반독점 규제의 역사는 1890년 제정된 ‘셔먼법’에서 시작한다. 기업 간 어떤 방식의 연합과 독점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이 법으로 처음 강제 분할된 기업이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이다. 한때 미국 석유 시장의 88%를 독점했던 이 기업은 1911년 미국 정부에 의해 작은 지역 석유회사 등 34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같은 해 미국 담배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던 아메리칸 토바코도 16개 회사로 분할됐다. 미국 정부는 1942년 방송 산업을 독점했던 NBC를 강제 분할했고, 1984년에는 유선 전화사업을 독점한 AT&T를 8개 기업으로 쪼갰다. 1990년대 이후에는 주로 IT 기업이 반독점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역사적으로 거대 기업에 가감 없이 반독점법을 적용해왔다”며 “미국 정치권에서도 당파와 무관하게 거대해진 IT 기업을 규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구글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