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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에 대해서도 제재의 칼날을 뽑아들 태세다. 앞서 미국은 화웨이·텐센트·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대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과 스타트업을 제재하고 있는데, 이를 금융 부문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다.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미·중의 테크 전쟁의 전선이 확대하면서 글로벌 IT 업계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 제재에 술렁이는 중국 핀테크 1위

대선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의 디모인 국제공항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을 내걸고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국무부가 중국 앤트그룹을 수출 금지 대상 기업 목록(entity list)에 추가하자고 트럼프 행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11월 3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중(對中) 강경 노선을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중국판 페이팔’을 만들겠다며 설립한 회사다. 2014년 알리바바의 핀테크 부서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지 6년 만에 연 매출 1200억 위안(약 20조4500억원), 직원 1만6000여 명을 거느린 대기업이 됐다. 연간 4경원 규모의 중국 간편 결제 시장에서 앤트그룹의 ‘알리페이’가 자치하는 비율은 55.6%에 달한다. 이달 홍콩·상하이 증시에 동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35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 제재까지 고려하고 나선 건 달러 중심 금융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페이 등 디지털 기반 송금 시스템은 기존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를 우회하기 때문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제재가 현실화되어도 앤트그룹이 받는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헝다연구원에 따르면 앤트그룹 매출의 95%는 중국 현지에서 나오고, 해외는 4~5%다.

◇중국도 맞불… 불확실성 커져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5월부터 자국 시장에서 퇴출시킬 ‘기업 블랙리스트’를 마련 중이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기업은 중국에서 판매·구매를 비롯한 상업 활동이 불가능해지고, 직원 비자도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또 데이터 보호를 명분으로 해외 기업에 벌금을 매기는 법안도 제정될 전망이다. 1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기업의 불법 데이터 수집 활동을 처벌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트위터 등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이 중국인의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할 경우 최대 5000만위안(약 85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확산하는 미중 테크 전쟁 / 그래픽=최혜인

◇양국 기업 모두 휘청

기업 피해는 현실화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오너’를 250억위안(약 4조26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제재로 반도체 수입이 끊기자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또 틱톡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미국 클라우드기업 패스틀리는 3분기 매출 전망치를 크게 낮추면서 이날 미국 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20% 넘게 폭락했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매출에서 틱톡은 약 12%를 차지하는데, 틱톡이 미국 내 사업이 어렵게 되자 매출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맞불 정책을 준비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미중 갈등에 따른 타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