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SG증권발 주가 폭락’의 배경엔 2~3년에 걸친 계획적이고 집단적인 주가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2020년쯤부터 주가조작 세력이 서로 짜고 각자의 계좌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불법 ‘통정(通情) 매매’ 방식으로 서울가스·선광 등 8개 종목 주가를 조금씩 올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가조작 과정에서 수익을 일부 지급하며 신규 투자자를 유혹했고, 이렇게 모인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조작하며 시세를 조종했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금융 당국이 조사에 나서자 급히 매도해 주가를 떨어뜨렸고, 이후 매도세가 시장 전체로 번지며 걷잡을 수 없는 ‘패닉 셀(공포감에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주가 조작 통로’로 활용된 것은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차액결제거래(CFD)다. CFD 거래는 투자자가 40%가량의 증거금으로 2.5배만큼 주식을 주문한 뒤 나중에 시세 차액만 정산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예컨대 4만원만 갖고 10만원짜리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자. 이 주식을 12만원에 팔면 투자자는 원금 4만원으로 2만원을 벌었으니 수익률이 50%가 된다. 반대로 이 주식 값이 떨어져 8만원이 되면, 수익률은 -50%가 된다.

CFD 투자자는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 증권사가 주식을 사고파는 차명거래에 가깝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 세력이 노출을 피하려고 CFD 계좌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CFD 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종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0년 국내 투자자 A씨가 본인이 산 종목 주가가 하락하자 이를 막기 위해 CFD 계좌를 이용해 대거 시세조종성 매수를 낸 사례를 적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CFD 계좌 잔액은 2019년 말 1조2000억원에서 2021년 말 5조4000억원이 돼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차액결제거래(CFD)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으로, 투자자가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고 시세 차액만 정산하는 방식. 최소 40%의 증거금만 있으면 2.5배까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