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만든 로봇들. 2015년 세계 재난 로봇 경진 대회에서 우승한 인간형 로봇 ‘DRC 휴보’(왼쪽부터)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손님맞이 도우미로 쓰인 신형 ‘휴보’, 올 연말 출시 예정인 사족(四足) 보행 로봇 개(犬) 등이다. / 레인보우로보틱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로봇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에서 로봇이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새해 초 삼성전자가 로봇 업체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주가를 쏘아 올렸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올해 로봇주의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 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작년 말 3만4450원이던 주가가 지난 20일 6만7100원으로 마감, 새해 들어 95% 급등했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 이족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KAIST) 연구팀이 세운 곳으로, 지난 3일 삼성전자가 이 회사에 590억원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해 2대 주주(지분율 10.2%)가 됐다는 소식이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주가가 2배 가까이 뛰며 로봇 전문 업체로서는 국내 최초로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1년 삼성전자는 로봇 등 미래 신사업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투자 효과’는 국내 로봇 업계 전반에 미쳤다. 로봇 관련주들인 뉴로메카(82%), 코난테크놀로지(81%), 휴림로봇(56%) 등도 올 들어 상승 폭이 컸다. 로봇 분야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KODEX K-로봇 액티브’ 가격은 지난 20일 1만1200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작년 11월 상장 이후 최고가다. 최근 미·중 갈등 여파로 글로벌 제조 업체들 공장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리쇼어링(본국 회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각 기업이 비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로봇 활용을 늘리는 것도 업계에 긍정적인 흐름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을 노리고 로봇주 급등에 올라타 추격 매수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로봇 업체들의 실적에 비해 최근 상승세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약 12억원이다. 비슷한 시총 규모의 바이오 기업 씨젠(1804억원)의 0.7% 수준이다. 뉴로메카·휴림로봇 등 상당수 로봇 업체는 적자 경영 상태다. 현재 실적보다 미래 전망을 주로 보는 성장 기업들이긴 하지만, 기업의 재무 현황에 대한 파악 없이 ‘묻지 마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로봇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좋아질 전망이지만, 상승 폭이 큰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조정을 거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