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가 17일 열린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인투잇

“주식도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한국에서는 적절하게 사고 팔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주식은 오래 들고만 있는다고 계속 오르지 않습니다.”

유튜브에서 ‘염블리(염승환+러블리)’로 더 유명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17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C)에서 조선일보가 주최한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사 둘째 날이었던 이날 오후 염 이사는 ‘2023년에 주목해야 할 종목 TOP5′를 주제로 강연했다. 1000여명에 달하는 참관객들이 염 이사의 강연을 들었다.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주식과 부동산에 끼었던 거품이 꺼지고 있지만, 염 이사는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증시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수준이면 적절한 수준인데 코스피 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2600선”이라며 “지금은 코스피가 2300대이기 때문에 사이클을 감안하면 용기를 갖고 투자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2800이 넘으면 고평가이고 이때는 절제를 해야할 시점이지만, 안타깝게도 고평가가 되있을 때 많은 분들이 주식을 사신다”고 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도 장기 투자”라는 말이 정설로 퍼져있지만, 염 이사는 “한국 증시에서만큼은 정설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2년 이후 미국 S&P500 지수 수익률은 845%이지만, 코스피는 291%에 불과하다”며 “금융위기 이후 주도주도 일정 주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예컨대 2010년 전후에는 자동차주가, 2015~2016년에는 화장품주, 2020~2021년에는 네이버·카카오 등 소프트웨어 주식이 주도해왔다. 염 이사는 “주식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기에는 지배구조가 취약한데다 트렌드까지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이전 사이클의 주도주는 피하는 것이 좋고, 앞으로 어떤 업종이 주도주가 될 지를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 이사가 주목한 다음 주도주는 미국의 ‘리쇼어링(해외로 진출한 기업의 국내 복귀)’ 관련 종목들이다. 그는 “미국은 값싼 중국 제품을 끊어버렸고, 탈세계화·공급망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며 “미국 제조업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순풍이 시작됐는데 이러한 흐름은 그 동안 보지 못할 정도로 독특하고 강력하다”고 했다. 미국 제조업과 설비투자 기업인 AIT(어플라이드 인더스트리얼)와 AME(아메텍)이 연일 신고가를 세우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동화·친환경을 앞세운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염 이사는 “미국은 제조업 육성을 통해 향후 10년간 GDP 15% 이상 증가, 15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제조업을 보다 지속가능하고 디지털화하고 숙련되고 탄력적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가 17일 열린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인투잇

적절한 주식 포트폴리오(자산배분)는 리쇼어링 관련 종목 60%, 스마트카 10%, 중국 회복 관련주에 10%, 역발상 전략 종목에 20%로 담아둘 것을 추천했다.

그는 내년에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포스코홀딩스, 한화솔루션, 한양이엔지, 한미반도체, ISC, DL이앤씨를 뽑았다. 포스코홀딩스와 한화솔루션, 반도체 장비업체인 한양이엔지, 한미반도체는 미국의 리쇼어링·공급망 재편에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ISC는 스마트카 부품 관련 기술이 있는 기업이다. DL이앤씨는 건설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역발상 전략 종목으로 뽑았다.

염 이사는 “DL이앤씨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가 없고, 1조원에 달하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건설업 불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체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금 주가는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염 이사는 강연이 끝난 후에도 사진을 찍고, 사인을 요청하는 참관객 수십여명에 둘러싸여 한 동안 강연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틀간 열린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는 2만여명에 달하는 참관객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행사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