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일본 시장이 가장 적은 하락폭을 기록하며 주목받는 가운데, 최근 일학개미(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가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ETF(상장지수펀드)’를 많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이나 채권으로 이뤄진 미국 ETF는 국내에서도 증권사를 통해 투자가 가능한데, 굳이 일본으로 가서 미국 ETF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일학개미가 순매수한 종목 2위는 미국 ETF인 ‘닛코 나스닥 100 ETF’로, 순매수액이 약 130억원이었다. 3위인 ‘아이셰어즈 S&P500 ETF’(73억원)와 5위인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50억원) 등 순매수 5위 안에 총 3종이 미국 ETF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3종은 모두 엔·달러 환율이 헤지(위험 회피)된 상품으로, 달러 대비 엔화 가치의 등락 여부가 ETF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같은 투자는 향후 한국(원)과 일본(엔) 통화 간의 환차익을 노린 투자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현재 기록적 엔저 현상으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60원대까지 떨어졌는데, 향후 엔화 가치가 정상화되면 보유 종목의 원화 환산 가치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ETF에 5000만원어치를 투자한다면, ETF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엔 환율이 올 초 수준(1030원대)으로 회복될 경우 300만원 이상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일본에 상장된 일본 주식이나 ETF를 사도 이런 결과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미국 ETF가 인기인 건 미국 종목이 일본보다 유망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내년 1분기 이후 금리 안정화로 글로벌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되면 미국 주식·채권의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 상장 미국 ETF’는 이때 가격 상승과 더불어 환율 효과까지 누리게 된다”고 했다. 다만 엔저 현상이 예상보다 더 지속될 수 있고, 환전 수수료가 비용으로 작용한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