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배터리 부품을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 여파로 국내 배터리 관련주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배터리 생산 장비’ 종목의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이후 경기가 풀리면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에 생산 설비주부터 들썩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IRA법이 시행된 지난 8월 16일부터 이날까지 약 2개월 동안 대표적인 국내 배터리 장비주인 에이프로의 주가는 24% 상승했다. 배터리 제작 공정에서 충전·방전 설비 등을 공급하는 업체다. 다른 장비주인 디이엔티 주가도 24% 뛰었다. 대표적인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11%)이나 삼성SDI(4%)보다 상승폭이 컸다. ‘배터리주’보다 ‘배터리 장비주’가 더 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장비주가 IRA법의 수혜를 가장 먼저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IRA법의 골자는 미국산 전기차를 판매할 때 대당 보조금 약 1000만원(7500달러)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년부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의 50%를 미국 내에서 제조해야 보조금 대상이다. 2029년부턴 이 비율이 100%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관련 업체 중 중국 업체보다 비교적 미국 현지화가 잘된 국내 업체들이 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올해는 경기 침체 우려 여파로 연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긴 어렵다. 배터리 제조 업체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악재다. 하지만 배터리 생산 설비는 속성상 배터리 수요를 예측해 1년 이상 먼저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는 좋을 것이란 예측에 관련주 주가가 먼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올해 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의 수주 금액을 약 4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1조3000억원)의 3배 수준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이후 배터리 호황 전망을 반영하는 배터리 장비주 주가는 올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